[간세포 이용 심근세포 배양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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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세포로 심근세포를 배양하는데 성공한 것은 이식용 장기의 부족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골수나 간.폐 등 원하는 세포를 선택적으로 배양해 낼 수 있다면 장기를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무제한 세포를 공급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이식용 세포의 공급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체세포 복제를 이용한 방식으로 환자의 신체 일부에서 떼어낸 조직에서 자신과 유전적으로 동일한 세포를 얻어내는 것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거부반응이 없는 세포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체세포 복제이므로 악용할 경우 인간복제란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둘째 방식은 이번처럼 냉동배아를 이용한 방식. 마리아병원 임진호 원장은 "이번 실험에 사용한 냉동배아는 시험관 아기 시술을 위해 불임부부들이 기증한 여분의 배아로 5년이 지나 폐기처분할 예정이므로 윤리적 비난을 피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질병 치료를 위해 살아있는 배아가 아닌 냉동 태아를 대상으로 실험적 조작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하고 연방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단점은 체세포 복제와 달리 다른 사람의 배아를 이용한 것이므로 거부반응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배아은행을 만든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박세필 소장은 "골수은행처럼 배아은행을 만들어 버려지는 배아를 보관했다가 환자가 생기면 유전형이 일치하는 것을 골라 원하는 세포를 얻을 수 있다" 고 밝혔다.

산업경제적 측면도 있다.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는 최근 간세포 특집기사를 게재하면서 향후 5~10년 뒤 3천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배아은행의 설립 외에도 이번 기술을 환자에게 적용하려면 거쳐야 할 관문이 많다.

우선 이번에 배양에 성공한 심근세포가 구체적으로 심장이란 장기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규명해야 한다.

마리아병원측은 서울대병원 내과 순환기교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이를 규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배양한 세포를 구체적인 형태를 지닌 장기로 만들어내는 몰딩기술도 문제다. 현재 간세포에서 길러낸 심근세포는 시험관에서 특별한 형태 없이 덩어리식으로 배양된 상태. 이를 심장이란 장기로 만들어내는 기술은 아직 요원하다.

현재로선 장기보다 세포의 형태로 치료에 응용될 전망이다.

윤리적 문제도 남아있다. 폐기처분될 배아라지만 여성의 자궁에 이식하면 태아로 자랄 수 있는 엄연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과기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 자문위원인 국민대 김환석(사회학) 교수는 "현재 간세포를 이용한 연구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전무한 실정" 이라며 "먼저 연구의 지침과 한계 등에 대한 법률제정 등 논의를 거친 뒤 이에 따라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 이라고 밝혔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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