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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선방에도 두자릿수 감소한 수출, 미·중 갈등에 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경제를 이끄는 수출이 계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이달 1~20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 줄었다. '수출 효자' 반도체의 분전에도 가파른 추락을 돌이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수요가 줄면서 자동차, 석유제품 등의 수출이 워낙 부진했다. 미‧중간 갈등에 따른 무역전쟁 ‘시즌 2’가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 수출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나마 있던 탈출구마저 막힐 수 있다는 얘기다.

이달 1~20일 수출이 전년 대비 20.3% 줄었다. 지난 13일 우리나라 수출의 관문 부산 신항의 모습. 연합

이달 1~20일 수출이 전년 대비 20.3% 줄었다. 지난 13일 우리나라 수출의 관문 부산 신항의 모습. 연합

무역수지 26억8000만 달러 적자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203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달 전체 수출은 지난달(-24.3%)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2월에 3.8% 늘며 반등했던 수출은 3월 0.7% 줄었고 코로나 19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된 지난달에 낙폭을 크게 키웠다. 이달 1~10일 무역수지는 26억8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9억5000만 달러)에 이어 2개월 연속 적자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체 수출의 약 20%를 책임지는 반도체 수출액은 이달 1~10일에 전년 대비 13.4% 증가했다. 선박도 31.4% 늘었다. 하지만 자동차(-58.6%), 석유제품(-68.6%)과 같은 주력 품목의 하락 폭이 매우 큰 탓에 전체 수출은 1~10일(-46.3%) 대비 낙폭을 줄이는 데 그쳤다.

지역별 수출액도 줄줄이 내려갔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27.9% 줄었고, 유럽연합(-18.4%), 베트남(-26.5%), 일본(-22.4%)으로의 수출도 두 자릿수 하락 폭을 면치 못했다. 코로나19 확산 세가 수그러든 중국으로의 수출도 1.7% 감소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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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수혜 반도체…미·중 무역전쟁 변수  

코로나 19 여파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부진이 끝을 알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향후 수출 전망도 어둡다. 게다가 끝없이 미끄러지는 한국 수출을 붙잡아 준 반도체 선방이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반도체는 코로나19 여파가 덜 미칠 품목으로 꼽혔다. 오히려 ‘비대면(언택트)’ 산업 확대에 따른 서버 및 PC 수요 증가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으로 꼽혔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코로나19가 모든 품목에 골고루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반도체는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런데 미‧중 관계 악화라는 돌발 변수가 불거졌다. 반도체는 무역 분쟁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품목이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반도체 등 중간재를 중국에 많이 수출하고 중국은 수입산 중간재를 활용해 만든 완제품을 미국에 내다 많이 파는 구조”라며 “미·중 무역 전쟁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길이 막히면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미 경험한 일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미·중 무역전쟁 충격에 전년 대비 25.9% 급감했다.

심상렬 광운대 동북아통상학과 교수는 “적어도 향후 2~3개월까지 수출 실적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로는 수출 제조업에 대한 금융지원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바이오, 원격의료 등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미래 수출 먹거리를 마련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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