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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중요한 이웃" 인심 쓴 日, 대만엔 "너무나 중요한 파트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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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해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을 3년 만에 부활시킨 일본 정부의 올해 외교청서가 대만을 “너무나 중요한 파트너이자 소중한 친구”라고 표현해 주목받고 있다.

中견제 위해 대만 중시하는 아베 #외교청서에 "너무나 소중한 친구" #아베 집권 이후 표현 계속 업뎃 #자민당 "대만 분량 늘려라" 압박 #싸늘한 한일관계 대목과 대조적

1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7개 광역단체 가운데 39개 지역에서 코로나 긴급사태선언을 해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7개 광역단체 가운데 39개 지역에서 코로나 긴급사태선언을 해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일 일본의 권위지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전날 발표된 외교청서 관련 분석 기사에서 "2019년 판에는 반 페이지 정도에 불과했던 대만 관련 분량이 약 1페이지로 늘어났고, 대만의 WHO(세계보건기구) 가입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지지해왔다’고 새롭게 명시됐다”고 소개했다.

닛케이는 “아베 정권이 견지해온 대만 중시 기조의 연장선”이란 정부 관계자의 말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재집권(2012년 12월)하기 전 발간된 2012년 외교청서는 대만을 그저 “중요한 지역”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 집권 뒤인 2013년 청서엔 “중요한 파트너”로 바뀌었고, 2015년부터 “기본적 가치를 공유”, "소중한 친구" 등의 표현이 추가됐다.

지난해 “자유,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법의 지배 등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파트너이자 소중한 친구”라는 표현이 올해엔 “너무나 중요한 파트너이자 소중한 친구”로 격상된 것이다.

일본 정부가 발간한 2020년판 외교청서의 대만관련 부분. 대만을 "너무나 중요한 파트너, 소중한 친구"로 표현했다. 서승욱 특파원

일본 정부가 발간한 2020년판 외교청서의 대만관련 부분. 대만을 "너무나 중요한 파트너, 소중한 친구"로 표현했다. 서승욱 특파원

아베 총리는 올 1월 우리의 정기국회 시정연설에 해당되는 ‘통상국회 총리 시정방침연설’에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대만을 언급하기도 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외교조사회 등도 지난달 “외교청서를 작성할 때 대만에 더 많은 분량을 배분해야 한다”는 의견을 외무성에 전달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의 이 같은 태도엔 중국과의 격한 갈등 속에서 대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 보조를 맞추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해양 진출에 힘을 쏟고 있는 중국에 맞서기 위한 측면에서 대만은 일본에 중요하며, 이밖에 반도체생산과 관광 등 경제적으로도 양국은 밀착돼 있다”고 했다.

올해 일본 외교청서는 한국에 대해선 “일본에 중요한 이웃 나라”란 표현을 3년 만에 부활시켰다. 하지만 “한일관계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는 한·일관계의 경색 국면을 반영하는 싸늘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대만에 대해 사용했던 '가치관 공유' 등의 표현도 없었다.

한국에 대해 3년만에 "중요한 이웃"이란 표현을 부활시킨 일본의 2020년판 외교청서 표지. 서승욱 특파원

한국에 대해 3년만에 "중요한 이웃"이란 표현을 부활시킨 일본의 2020년판 외교청서 표지. 서승욱 특파원

일본에서 ‘아베 정권의 우군’으로 불리는 산케이 신문은 20일 “악화된 한·일관계에 구체적인 개선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중요한 이웃’이란 표현을 쓴 것은 한국측의 오해를 부를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이웃'이란 표현엔 징용 재판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한국에 촉구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지만, 과거의 예를 돌아보면 또 (일본 정부의) 기대를 벗어날 공산이 크다”고 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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