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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의 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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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과거 미국에서 아웃소싱 붐이 일어나면서 중국은 미국 제품의 생산기지가 되었고, 인도는 풍부한 IT인력으로 소프트웨어 부문을 담당했다. 그렇게 아웃소싱 된 산업 중 하나가 콜센터였다. 하지만 영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했고, 필리핀과 인도가 그렇게 선택된 지역이었다. 특히 필리핀의 경우 아웃소싱 산업은 250억 달러 규모에 종사자만 180만 명이 되기도 했던 주요 산업이었다.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런 필리핀의 콜센터 산업이 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서울에서도 지난 3월에 한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하면서 근무환경이 알려졌지만, 필리핀 역시 많은 사람이 좁은 공간에 모여서 일하는 환경이 문제가 되었다. 특히 고객의 금융정보를 다루는 경우 사무실 밖에서는 컴퓨터에 접근이 되지 않아 재택근무도 불가능해서 아예 퇴근을 포기하고 회사에 갇혀 지내는 일도 벌어졌다. 이로 인해 서비스에 차질이 생기자 해외의 기업들은 아웃소싱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팬데믹으로 매장을 방문하지 못하는 고객들의 전화 문의는 폭주하고 직원은 부족하게 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찾아낸 대안은 인공지능 서비스. 가령 오클라호마 주정부의 경우 AI 응답원이 하루 6만 건의 문의 전화를 해결한다. AI가 단순한 것들만 처리해줘도 출근해야 할 직원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구글, IBM, 아마존 등의 기업들은 무료 사용 기간을 제안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다. 더구나 젊은층일 수록 전화통화보다 텍스트 메시지를 선호하면서 인공지능이 개입하기가 더 수월해진 상황. 콜센터의 미래는 불투명해지고 있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