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야간 환자 약 구할 곳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야간에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병원에서 원외처방전을 받더라도 약국이 문을 닫아 밤새 고통을 참아야 하는 등 야간 응급실이 의약분업의 사각지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울산 동강병원과 울산대병원에 따르면 의약분업이 시행된 첫날 야간인 지난1일 오후 9시부터 2일 오전 7시까지 이들 병원 응급실에서 발급한 원외처방전은 각각 22건, 17건 등 모두 39건에 달했다.

그러나 응급실에서 원외처방전을 발급받은 환자들은 야간에 문을 연 약국이 없어 약을 구하지 못하고 2일 오전 약국 문이 열릴 때까지 밤을 새며 고통을 참아야했다.

지난 1일 오후 10시 생후 2개월된 딸의 귀에서 이물질이 나와 응급실을 찾은 중구 태화동 이모(28) 씨는 "응급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약국에서 항생제를 구입하라"는 말과 함께 응급실로 부터 원외처방전을 받았다.

이씨는 "밤 10시 이후에 문을 연 약국이 없다고 하소연했으나 병원측은 응급실에서 치료할 수 있는 증상이 아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며 "환자 고통을 키우자고 의약 분업을 하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지난 1일 오후 11시 갑자기 배가 아파 응급실을 찾은 김모(45.남구 신정동) 씨도 "특별한 증상이 없으니 원외처방전을 받고 약을 먹든지 입원 치료를 받으라는 말에 처방전을 들고 병원을 나왔다"며 "그러나 문을 연 약국이 없어 밤새 복통에 시달려야 했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최근 개정된 약사법은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6시간 이상의 치료를 받아야 하거나 보건복지부가 정한 의식장애, 급성 호흡곤란 등 26개 증상과 골절,복통 등 8가지의 준 응급증상을 보여야 원내처방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6시간이내 가벼운 증상을 보일 경우 원외처방전만 내 주도록 돼 있어 야간에 원외처방전발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울산=연합뉴스) 이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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