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왜 제왕절개수술 1위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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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 분만율이 위험수위를 넘어 세계 최고란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처음으로 전국 1천4백여개 분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왕절개 분만율이 43%로 밝혀졌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제왕절개율을 보이는 미국의 20%보다 두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기형적으로 높은 제왕절개 분만율은 가볍게 넘길 일이 결코 아니다. 의학적으로 제왕절개는 난산 등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시술돼야 하며 이는 전체 분만의 1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얼마든지 정상분만으로 낳을 수 있는 아기를 제왕절개란 수술을 통해 낳는 것은 산모의 신체적 부담과 함께 의료비 증가란 차원에서 국가적으로 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제왕절개 왕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먼저 의료계의 각성을 촉구한다. 제왕절개수술이 횡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사들이 산모에게 불필요한 제왕절개수술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엔 제왕절개를 통해 입원기간과 약물투여를 늘려 진료수익을 보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번 조사에서도 정상분만을 한 산모는 평균 2.9일 입원했지만 제왕절개수술 땐 7.2일 입원해 4.3일이나 입원기간이 길었으며 진료비 역시 정상분만시 33만원이지만 제왕절개시 86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왕절개가 자연분만보다 후유증이 많이 남는 등 산모의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누구보다 의사들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먼저 의사들이 솔선해 당장의 진료수익보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정부 책임도 크다. 제왕절개수술의 만연엔 잘못된 의료제도가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정상분만시 의보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의사가 받는 수가료가 정상분만의 경우 5만7천원이지만 제왕절개는 18만원이나 된다. 의사들이 제왕절개수술을 선호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진료수익 못지않게 정상분만시 만의 하나 있을 의료사고에 대비하고자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태아에게 이상징후가 보이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무조건 제왕절개에 들어가는 잘못된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선 정상분만시 생길 수 있는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체계를 국가가 서둘러 갖춰야 한다.

산모의 각성도 당부하고 싶다. 많은 산모가 당장 진통을 피하기 위해 자연분만을 꺼리고 있으며 길일을 택해 출산일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려는 그릇된 풍토가 불필요한 제왕절개수술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산모 10명 중 3명이 불필요하게 입원기간 내내 항생제 세례를 받고 산모의 배에 수술자국을 남기는 후진적 의료행태를 벗어나기 위해 우리 사회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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