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의료개혁] 3. 달동네·농어촌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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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갈 돈이 없다〓金모(39.여.서울 성북구 월곡동) 씨는 자궁 질환을 앓고 있다.

산부인과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병원에 갈 수가 없다. 의료보험료가 2년치나 밀려 있기 때문이다. 약국에서 지어주는 약으로 해결하고 있다. 쪼들리는 형편이지만 의료보호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나이가 젊고 남편이 있다는 이유다.

보험료를 감당하기 힘들고 의료보호 혜택도 못받는 영세민들은 ´의료 사각(死角) 지대´ 에 놓여 있다.

이 지역에서 30년 넘게 D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 김기철(金基喆.65) 씨는 "의료보호 대상자가 아닌 빈민들은 의료보험료도 부담이 돼 지금도 병원에 못가는데 진료비 따로, 처방료 따로, 약값 따로인 분업이 실시되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 이라고 우려했다.

◇ 병원 갈 시간이 없다〓지하 피혁공장에서 일하는 朴모(38.여.서울 강북구 미아동) 씨는 석달 전 목 뒤에 조그마한 혹이 생겼다.

치료법은 약국에서 마이신을 사다 먹는 것이 전부. 병원에 가려면 하루 쉬어야 하는데 행여 해고당할까 두려워 공장측에 말도 꺼내지 못했다.

朴씨는 그러나 7월부터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마이신을 사는 데도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다.

李홍자(38.여.서울 관악구 봉천동) 씨는 네명의 자녀들을 병원에 데려간 적이 없다. 공장 일이 끝나면 오후 9시가 넘는데 그때까지 문을 연 동네 병원이 없기 때문이다. 李씨는 "우리같이 쪼들리는 사람에겐 약국이 병원" 이라고 말했다.

천주교 사목위원회 의료사무 담당 박정미(朴貞美) 수녀는 "서울 미아동 영세민 지역의 경우 부모가 모두 일하러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아이들은 아파도 저녁 때 부모가 돌아와 약을 사다 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朴수녀는 "혼자 사는 노인들은 거동하기도 힘들어 병원까지 가지 못하고 웬만하면 근처 약국에서 해결한다" 고 덧붙였다.

◇ 의료시설 열악한 지방〓안구 모양이 이상해 눈 성형수술을 받아야 하는 21세의 여대생(제주도 제주시) 은 지난 2월 어머니와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제주도 내 병원에서는 "우리 능력으로는 수술할 수 없다" 고 했다.

K대학병원에 5일간 입원해 지출한 비용은 병원비 1백50만원.교통비 30만원.잡비 20만원 등 2백여만원. 친척집에 머물러 숙박비는 아꼈지만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다.

◇ 약화사고 우려〓경기도 양평군 양수리에 사는 관절염 환자 鄭모(70) 씨는 의약분업이 번거롭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병원에 들러 처방전을 받은 뒤 다시 약국으로 갈 생각을 하면 짜증난다. 돈은 돈대로 드는데 관절염 약은 뻔하다.

차라리 시내버스를 타고 10분 거리의 분업 예외지역으로 가 약국에서 평소 사먹던 약을 구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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