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의 성희롱 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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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을 일삼는 남성들의 심리 속엔 무엇이 깔려 있을까. 전문가들은 최근 갈등을 빚는 성희롱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기엔 한국사회 특유의 사회구조적 배경이 짙게 깔려 있음을 지적했다.

서울대 의대 정신과 김중술교수는 성희롱의 가장 큰 사회적 배경으로 유교주의에서 비롯된 뿌리깊은 남존여비 사상을 꼽았다.

金교수는 "최근 서구식 남녀평등주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 경제선진화에 비하면 아직도 길이 먼 편" 이라고 지적했다.

배꼽 아래의 일에 대해선 관대해야 한다는 동양적 사고방식도 깔려 있다. 정동철 신경정신과의원 정동철 원장은 "영웅호색처럼 능력있는 남성일수록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경시해도 된다는 풍조가 있다" 고 지적했다.

그러나 성희롱을 사회적 배경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성희롱이 근본적으로 개인의 문제임을 지적했다.

인천 중앙길병원 정신과 함봉진 교수는 "정신의학적으로 성희롱은 ▶관음증(觀淫症) 등 비정상적인 성행위로 쾌감을 찾는 성도착증▶죄책감 없이 자기중심적인 행위를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성욕을 조절하지 못하는 충동조절장애의 세가지 범주로 분류된다" 고 설명했다. 정신과의사의 상담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에 불거져나온 지도층 인사들의 성추문을 질환으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중술 교수는 "대부분의 성희롱은 여성을 인격체로 배려하지 못하는 태도가 평소에 배인 습관" 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어디까지가 성희롱에 해당되는지 마땅한 기준도 없다. 이런 점에서 많은 한국남성들이 성희롱 가해자의 대열에 끼게 될 개연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법을 동원한 타율적 처벌이 긴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동철 원장은 "성희롱이 나쁘다는 도덕적 판단은 13세만 돼도 가능하다" 며 "성희롱을 범죄행위로 간주해 엄격한 법률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관습화된 성희롱을 뿌리뽑는 방안" 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도 중요하다. 김동현 신경정신과 김동현 원장은 "여자어린이의 치맛자락을 들추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용인되고 사내 대장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울지 말아야 한다는 그릇된 교육관이 문제" 라며 "어릴 때부터 여성을 인격체로 대하는 부모 교육이 필수적" 이라고 강조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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