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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입국 막아줄까" "됐고"…트럼프도 쩔쩔매는 주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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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제재개 발표를 앞두고 론 드산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오른쪽)가 28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독대한 뒤 기자들에게 플로리다주 코로나19 대응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EPA=연합뉴스]

29일 경제재개 발표를 앞두고 론 드산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오른쪽)가 28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독대한 뒤 기자들에게 플로리다주 코로나19 대응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29일 경제재개를 발표하는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브라질 사람의 입국을 막아줄까"라고 제안했다. 드산티스가 "입국을 아예 막기보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검사를 원한다"고 하자 "브라질 승객은 탑승 전 검사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즉석에서 수락하기도 했다.

美대선 최대 경합주 플로리다 주지사 #감염 확산 심할 때도 해변 계속 개방, #트럼프 "닫으라"에 "우리 방식이 옳아" #28일 백악관 초청 "엄청난 활약" 칭찬

트럼프가 유독 이 41살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쩔쩔매는 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경합 주 가운데 선거인단 수가 29명으로 가장 많기 때문이다. 트럼프 본인도 지난해 말 주소를 뉴욕에서 플로리다 팜비치로 이전했을 정도다. 지난주 조지아주가 미용실·체육관·볼링장과 식당 문을 열자 "너무 이르다"고 질책했지만 플로리다가 봄방학 휴양객에게 해변을 개방한 데 꿀 먹은 벙어리였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드산티스 주지사와 독대한 뒤 플로리다 코로나19 상황과 29일 경제재개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어 기자들을 불러 "드산티스는 플로리다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고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칭찬했다.

드산티스는 "플로리다는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입원률, 사망률을 비교할 때 뉴욕·뉴저지·DC·메릴랜드·매사추세츠·코네티컷·미시간·일리노이·오하이오보다 훨씬 잘해냈다"며 "29일 경제 재개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플로리다가 29일 경제 재개를 앞두고 해변을 먼저 개방한 가운데 27일 케네디우주센터 인근 코코아 비치에 행락객들이 나와 있다.[UPI=연합뉴스]

플로리다가 29일 경제 재개를 앞두고 해변을 먼저 개방한 가운데 27일 케네디우주센터 인근 코코아 비치에 행락객들이 나와 있다.[UPI=연합뉴스]

그러면서 "브라질 같은 남반구가 겨울이 오면서 접촉이 많은 마이애미로 유입이 늘어날 게 우려된다"며 "국제선 항공편 탑승하기 전에 코로나19 검사를 하면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술 더 떠 "브라질 입국을 막기를 원하느냐. 어느 나라를 금지하기를 원하는지 말만 하라"라고 물었다.

이에 드산티스가 "그들을 아예 차단하기보다는 마이애미로 오기 전에 항공사가 15분 내 결과가 나오는 애벗 테스트(Abbott test)를 하면 감염자를 막을 수 있다"고 답했다. "플로리다 발병을 보면 국제선보다 뉴욕시에서 팜비치와 마이애미 데이드 등 플로리다 남부로 유입된 사례가 더 많았다"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에서 매우 많은 감염이 발생해 플로리다에는 큰일"이라며 "남미에서 사업차 방문객이 많기 때문에 항공사와 협조해 발열 검사와 더불어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를 받도록 하는 체계를 곧 갖추겠다"라고 챙겼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플로리다가 4월 1일 가장 늦게 재택 명령을 내린 데 관한 질문을 받자 "언론은 플로리다가 뉴욕이나 이탈리아처럼 될 것이라고 비난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며 "2200만명 인구 가운데 입원환자가 500명 이하고 주 전역 6500개의 산소호흡기가 놀고 있을 정도"라고 반박했다.

실제 플로리다 확진자 수는 50개 주중 8위(3만2848명)지만 10만명당 사망률은 5.7명으로 미 평균(17.9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는 관광산업을 위해 해변을 가장 늦게 닫은 데 이어 3주도 안 돼 지난 17일 가장 먼저 개방했다. 대신 지난달 24일부터 뉴욕·뉴저지 방문객에 2주 격리 조치를 취했다.

미 월간 배너티 페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플로리다 해변 사진은 나머지 주에 정말 보기 안 좋다"며 폐쇄를 요구한 데 "나는 해변을 닫을 수 없다. 우리가 옳은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거부하자 결국 트럼프가 굴복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드산티스는 공화당 하원의원 출신으로 2018년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덕분에 0.4%차로 주지사가 됐다. 하지만 올 대선에선 거꾸로 반드시 이겨야할 주의 수장으로 힘이 세진 셈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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