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장기기증 늘어

중앙일보

입력

의학연구나 다른 환자를 위해 자신의 몸을 내놓는 시신이나 장기 기증이 늘고 있다.

대구 경북대 의과대학은 지난달초부터 벌인 시신기증운동이 기대밖의 성과를 거두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대학은 지난 2월말 시신기증에 대한 정보를 담은 ´숭고한 삶´ 이라는 책자 3천여부를 발간, 대학가.병원 등에 배포했다.

이 책자에는 시신기증 절차.기증후 관리.장례 절차 등을 담고 있다.

해부학 등 학생들의 교육에 필요한 시신이 부족해 기증운동을 벌였다.
경북대 의과대의 경우 본과.간호학과.치과 등의 수업에 필요한 시신은 1년에 12구 정도되지만 지난해 6구가 기증됐을 뿐이다.
시신부족으로 교육에 큰 어려움이 따랐다.

기증운동이 벌어진 뒤 벌써 1백24명이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학교수.스님.병원장 등 다양한 사람들이 시신기증 등록증을 작성했고 상당수가 일반 시민으로 참여폭이 크다.

최근 부부가 함께 화장을 마다하고 유골까지 기증키로 한 孔모 (52.경북 청도군) 씨는 "죽고 나면 흙으로 돌아갈텐데 학생들의 교육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고 말했다.

또 이미 지난해와 비슷한 7구의 시신이 기증됐다.

경북대는 1년간 교육에 활용된 시신을 모아 오는 10월 합동위령제를 갖고 화장해 대구시의료원 납골당에 안치키로 했다.
유가족이 원할 경우 유골함을 받을 수 있다.

의과대학내에 기증자 비석을 만들어 이들의 명단을 새겨 이들의 뜻을 알릴 방침이다.

기증운동을 담당하고 있는 의과대 행정실 이광옥 (李光玉.39) 씨는 "의학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신청하는 평범한 시민들이 많아 고무적이다" 고 말했다.

지난 2월 뇌사가 공식 인정돼 뇌사자 장기 이식의 길이 열린 뒤 장기기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대구 계명대동산의료원 장기이식센터에는 사후에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신청자가 크게 늘어 지난달에는 평소 6~7건의 두배 정도인 12건이 접수됐고 문의전화도 잇따른다.

사후 장기기증 등록은 제기능을 발휘하는 장기 전부를 기증하거나 희망 장기를 선택할 수 있다.
신청자들은 노인.주부 등 다양하다.

드문 생체 기증도 들어왔다.
생체 기증은 신장과 골수.간의 일부가 대상이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주신헌 (朱信憲.39.여) 간호사는 "문의전화를 받고 실제 등록하는 경우보다 4~5배 많은 수의 안내서를 보내주지만 기증인식이 나아지고 있다" 고 말했다.

한편 뇌사 공식 인정이후 대구에서는 뇌사판정을 받은 4명의 장기가 모두 18명에게 기증, 이식됐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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