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로 성씨 판별

중앙일보

입력

유전자 분석으로 사람의 성(姓) 을 알아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만약 이같은 연구가 실용화되면 범행 현장에서 채취된 혈흔이나 머리카락만으로도 범인이 어떤 성씨인지 알아내 수사망을 좁힐 수 있게 된다.

지난 4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의 브라이언 사이커스 교수는 최근 자신과 같은 성씨를 가진 자원봉사자 61명의 유전자를 채취, 분석한 결과 다른 가계에선 발견할 수 없는 고유의 유전자 특성을 찾아냈다.

사이커스 교수는 또 함께 실험한 다른 세 집안의 유전자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와 유전자만으로 어느 가문의 후손인지 알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 존스.스미스처럼 흔한 성의 경우는 판별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저명 학술지인 미국 인간유전학회지에 게재됐다.

이 논문에 따르면 61명의 ´사이커스´ 성씨들의 DNA 가운데 절반 이상의 유전자에서 모두 네가지의 고유한 특징이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이처럼 사이커스 가문만이 갖는 유전적 특성은 영국의 다른 가문, 특히 사이커스가의 뿌리인 요크셔 지방의 다른 가문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사이커스 교수는 이에 대해 한 가문의 유전적 특징이 오랜 세대를 거쳐 내려오면서 DNA의 특정 부분에 가문의 특성이 담긴 정보가 기록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같은 가문의 후손인데도 이같은 유전자 특징을 갖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이는 13~14세기에 형성된 사이커스 가문이 7백년을 내려오면서 혈통의 순수성이 훼손된 경우로 생각된다" 고 밝혔다.

그는 또 이같은 판별법이 남성의 Y염색체 분석을 토대로 한 것이어서 가계가 내려오는 도중 어머니의 성씨를 물려받은 사람이 있는 가문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영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