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엔 ´아는게 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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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숙명적으로 남성보다 많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잉태를 위한 여성만의 해부학적 구조가 다양한 질병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성 특유의 질환은 성장기 여학생이나 미혼여성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미혼여성들이 소홀히 하는 흔한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성균관대의대 산부인과 최두석교수는 "국내에선 미혼여성이 산부인과를 찾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데다 본인.부모 모두 산부인과에서 진찰받을 생각을 못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고 밝힌다.

미혼여성에게 가장 흔한 산부인과 질병은 생리와 관련된 것들이다. 생리로 인한 통증, 생리가 불규칙하거나 너무 많이 나오는 경우, 생리가 아예 없는 경우 등 나타나는 증상은 다양하다.

이중 가장 많은 미혼 여성들이 고통을 받으면서도 지나치는 경우가 생리통이다.

서울대의대 산부인과 최영민교수는 "약간의 생리통은 배란이 제대로 되고 있다는 증거지만 통증이 너무 심해 약을 먹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할 때는 서둘러 병원을 찾아 원인을 알아봐야 한다" 고 설명한다.

예컨대 심한 생리통의 주된 원인중 하나인 자궁내막증은 병의 정도에 따라 1기~4기까지 나눌 수 있는데 4기까지 방치할 경우 정상적인 성관계로 임신이 될 가능성은 거의 0%로 떨어진다.

따라서 조기 발견후 병이 진행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자궁이나 난소에 혹이 생겨 심한 생리통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이때도 문제의 혹을 하루라도 빨리 제거해야 한다.

이런 특별한 병이 없더라도 생리통으로 일상생활이 괴로울 땐 일반적인 진통제가 아닌 통증을 일으키는 프로스타글란딘이란 물질이 생성되는 것을 억제해주는 약을 산부인과에서 처방받아 복용하는게 좋다.

복용기간은 생리 시작되는 순간부터 2~3일정도 복용하면 된다. 최교수는 "매달 통증이 있을 때마다 복용해도 부작용은 거의 없다" 고 말한다.

초경을 시작한지 1년 이내의 여학생은 아직 호르몬 변화에 익숙치 않아 과다출혈을 일으키고 또 사춘기를 지난 미혼여성도 자궁에 큰 문제 없이 일시적으로 호르몬 균형이 깨져 과다한 출혈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심할 땐 수혈이 필요할 정도의 심각한 빈혈도 일으키므로 출혈이 지나치게 많거나 기간이 길 땐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치료방법은 일정기간 호르몬을 복용하는 등 간단하다.

생리가 안나오는 무월경도 조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만 16세 이후에도 생리가 없는 원발성 무월경이나 한동안 생리를 하다가 6개월 이상 생리를 거른 2차성 무월경도 빨리 원인을 밝혀야 한다.

이밖에도 미혼여성들에게 흔한 질병이 질염이다.

통풍성이 적은 꽉 낀 청바지나 나이론 제품의 속옷이 주된 원인이다. 따라서 평상시 팬티는 너무끼지 않는 면제품으로 입어야 하고 바지도 품이 넉넉한 것이 좋다.

미혼여성들이 산부인과 진찰을 꺼리는 원인 중의 하나가 내진에 대한 공포다.

최두석교수는 "초음파검사나 항문을 통한 진찰로 내진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검사가 가능하므로 생식기 계통의 이상이 의심될 땐 소아과.내과질환처럼 초기에 산부인과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강조한다.

황세희 전문위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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