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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삐걱´-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입력

의약분업 시행안에 반발하고 있는 의료계가 17일2차 대규모 집회를 강행키로 하고 정부는 법적 대응 등 엄정대처한다는 방침을 굳혀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의료계의 이번 집회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고 병원들도 외래진료가 축소되는 등 진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약사들도 의약분업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오는 3월 결의대회 개최를 준비하는 등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의약분업이 호된 `산통´을 겪고 있다.

의사들은 나름대로 생존권 위기를 호소하는 것이라지만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무책임한 집단이기주의라는 비판도 거세다. 의사들이 거리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지, 의사.약사들의 요구와 정부의 정책은 어떠한지 정리해 본다.

◆의료계의 반발 배경 = 의약분업의 전제로 의약품의 마진을 없애고 유통구조의투명화를 위해 정부가 지난해 11월15일 도입한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가 문제의발단이다.

약값이 평균 30.7% 인하되면서 의료보험에서의 보상도 기존의 고시가가 아닌 병의원의 실제 구입가격으로 전환됐다. 병의원들이 제약업계로 부터 낮은 가격으로 납품 받아 고시가와의 차액으로 높은 약가 마진을 얻는 것이 불가능해 진 것이다.

물론 12.8%의 진료수가 인상이 병행됐지만 의원급 진료기관인 이른바 `동네의원´들, 그중에서도 내과,가정의학과,비뇨기과,소아과 등 상대적으로 약제비 비율이 높은 곳들은 경영난이 심화됐다.

실제로 제도시행 이후 동네의원의 매출 감소율은 ▲내과 9.6% ▲가정의학과 7.2% ▲비뇨기과 5.9% ▲소아과 3.9% 등이고 이에따라 순이익 감소율도 ▲내과 42.7%▲가정의학과 27% ▲비뇨기과 22% ▲소아과 17.1% 등에 이르는 것으로 복지부에 의해 분석됐다.

이는 저수가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과거 의료기관이 약가 마진으로 부족분을 메우며 운영토록 인정해온 정부가 정책을 바꾼데 따른 것으로 정부 역시 이를 인정,수가 조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의사 및 약사들의 요구 = 의사들은 우선 비현실적으로 낮은 현재의 진료수가를 대폭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약국 임의조제 감시장치 구축 ▲약사 대체조제 방지책 마련 ▲약화사고시의 책임 소재 명시 등 의약분업의 선결조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분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의약품 실거래가제 이후 겪고 있는 당장의 어려움에 대한 보전조치와 의약분업으로 약을 완전히 떼어냈을 때에 대비해 대폭적인 수가 인상 등실리를 확보하자는게 의료계의 궁극적 목표로 보인다.

이와 관련 `동네의원 살리기 운동본부´는 현재 7천400원인 초진비를 1만2천원으로, 3천700원인 재진비를 6천원으로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요구는 엄청난 국민의 부담을 전제로 하는 것이거나 의약분업을목전에 두고 당장 수용하기 어려운 것들로 실현 가능성이 낮은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편 약사계는 역시 약가 인하에 따른 영향을 감안해 조제료를 인상해 줄 것을요구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에 의해 의약분업 시행안이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정부정책 방향 및 집회 대응= 정부 역시 동네의원 등이 실거래가 도입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선 이달중 동네의원과 약국의손실 보전 방안을 마련해 오는 3월 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진찰료,의약품관리료,처방.조제료 인상 등이 검토되고 있으며 특히 내과계열 3개과에 도움이 되도록 의약품관리료와 처방.조제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체 의원들의 수가에 영향을 주는 진찰료에 전면 반영해 달라는 의료계의 요구는 받아들일수 없다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다.

또 오는 7월 의약분업 실시때 최근의 물가인상분을 반영해 처방료와 조제료를현실화해주고 2001년 1월 전면적인 보험수가체계를 개편하는 등 단계적으로 수가를조정해 나가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같은 수가조정 추진과 함께 의료계의 의약분업 관련 요구사항도 대체로 반영됐다며 의사들의 집회는 명분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계가무리한 요구를 하며 국민건강을 볼모로한 집회를 강행, 진료차질이 빚어질 경우 단호히 대응한다는 입장이다.[서울=연합뉴스 이재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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