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요양 동시에…치매전문병원 속속 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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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린 부모를 어디로 모셔야할까.

21일 세계치매의 날을 맞이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밝힌 국내 치매환자는 25만여명.2020년엔 61만여명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중산층 환자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것.정부나 사회단체에서 운영하는 기관은 치료보다 요양 위주며 대부분 생활보호대상자만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최근 중산층 치매환자를 겨냥한 치매전문병원들이 속속 개설되고 있으므로 치매환자를 둔 보호자들은 이들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인천은혜병원·용인효자병원에 이어 서울 미아동 강북신경정신병원·가락동 가락신경정신병원 등이 최근 등장한 대표적인 치매전문병원.

이들의 특징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요양과 치료를 겸할 수 있다는 것.간병인을 둘 경우 월 1백50만원이 소요되는데 비해 이들 병원은 간병료와 입원치료비를 합쳐 1백20만원∼1백80만원 정도.

강북신경정신병원 이강희(李康熙)원장은 "치료 위주의 종합병원이나 요양 위주의 노인복지관과 달리 치료와 요양을 같이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입원실보다 거실 위주의 공동생활을 하며 24시간 약물치료와 인지재활치료·작업치료·음악치료 등 전문치료를 받을 수 있다.

병원이 도심에 위치해 있다는 것도 장점.보호자들이 수시로 방문해 부모를 만날 수 있으므로 가족이 아닌 다른 기관에 맡겼다는 죄책감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다.잠깐 입원했다 다시 퇴원하는 이른바 단기요양치료 위주로 운영되는 공공의료기관보다 입원에서 임종까지 의료진이 책임지는 것도 이들 병원의 특징.

치매전문병원의 등장은 정부가 하지 못한 역할을 민간병원이 찾아나서 틈새시장을 차지한 대표적 사례중 하나.그러나 아직 이들 병원이 환자를 수용하기엔 병상수 등 시설이 절대 부족하다.전국적으로 5∼6개 병원에 1천5백여명의 환자들만 수용할 수 있는 실정이다.서울 등 수도권에만 몰려 있는 것도 문제.

전문가들은 "치매환자를 둔 가족의 경제적·심리적 손실을 감안할 때 치매전문병원의 확산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현재 도산위기에 있는 도심 중소병원들을 치매전문병원으로 전환하는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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