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천수답 교육행정’의 불안한 온라인 개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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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늘 교육부가 초·중·고교의 온라인 개학 방안을 발표한다. 교실 내 감염 우려가 크고 수업 결손을 방치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온라인 개학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지난 한 달 동안 교육부가 뭘 했느냐는 것이다. 기억나는 일은 학교 비축 마스크를 수거해 일반 시민에게 공급하려다 철회한 것뿐이다. 세 차례 개학을 연기하면서도 사태가 저절로 끝나기만 바랄 뿐 학습권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2~3주 전 이미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대학들의 사례만 참고했어도 일찌감치 준비할 수 있었을 터다.

그러나 교육부가 이 문제를 본격 검토하고 나선 것은 지난주다. 27일 원격수업 운영 기준을 발표하고 부랴부랴 각 가정의 디지털기기 현황 파악에 나섰다. 교육청을 통해 어제 오후까지 컴퓨터·스마트폰 등 보유 현황과 대여 여부를 조사했다. 이는 마치 축구경기를 앞두고 휘슬 불기 직전에 선수들에게 축구화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과 같다.

무엇보다 저소득층과 같이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디지털기기가 아예 없는 학생만 13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의 가정엔 컴퓨터가 1대뿐인데, 자녀가 둘이면 어떻게 출석할지도 걱정이다. 집중력이 부족한 저학년 학생들은 보호자 없이 수업을 진행하기 힘들고, 맞벌이 가정의 자녀는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갑작스레 준비하는 학교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 녹화장비조차 없어 빈 교실에서 스마트폰으로 찍어야 한다. 대학처럼 화상수업에 필요한 예산을 투입하기도 어렵다. 교육부는 온라인 학습 콘텐트를 확충하고 서버를 증설하겠다고 했지만 단기간에 불가능하다. 앞서 라이브 특강을 시작한 EBS 홈페이지가 먹통이 된 사례가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 교육부는 이제라도 선제적으로 장기 대책을 내놔야 한다. 수능 연기 등 과감한 학사일정 조정도 필요하다. 저절로 사태가 끝나길 하늘만 쳐다보는 ‘천수답’ 행정을 펼 게 아니라 펌프로 지하수를 끌어올리고 인근 저수지로부터 물길을 잇는 적극적인 ‘관개(灌漑)’ 조치를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에듀테크를 공교육에 적극 도입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코로나19가 아니어도 디지털 교육은 세계적 추세다. ZOOM·Webex처럼 쌍방향 수업이 가능한 프로그램은 시중에 많다. 수학·과학 등 학생 실력에 따라 맞춤형 수업이 가능한 칸아카데미 프로그램은 무료다. 우리에겐 기술도 있고 뛰어난 교사들도 있다.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둘 사이를 이을 혁신적 수단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