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모초는 뚱뚱한 사람이 먹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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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사람은 두꺼운 지방조직 때문에 혈액순환이 정체되기 쉽다. 땅으로 비유하면 진흙땅처럼 물이 잘 고인다. 날씨로 치자면 구름이 잔뜩 끼어 좀 후덥하고 굽굽하다. 그러므로 진흙땅에는 모래를 섞어 주면 좋겠고 흐린 날씨에는 하늘에 바람이 불어 구름을 말끔히 날려보내면 맑은 가을 하늘로 돌아올 것이다.

이제 익모초의 성질을 알아보자.

익모초는 청자색 꽃이 핀다. 이 색깔로 간과 심장에 잘 작용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간은 피의 분포를 조절하고 심장은 피의 순환을 관장하니 모두 피와 관계가 있다. 또 맛이 쓰므로 식히는 성질이 있어 경도를 맡은 자궁에 피가 정체될 때 생기는 후덥 한 열을 풀어서 깨끗한 혈액이 잘 왕래할 수 있도록 뚫는 힘이 있다. 이렇게 피를 활동시켜 살려내므로 여성의 보약으로 분류해 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보통 때나 산후를 막론하고, 뚱뚱하면서 얼굴이 누리하고 거무스름한 여성이, 아랫배가 뻐근하든지 경도가 시원하게 내리지 않고 양이 적으면서 색이 검거나 덩어리가 보이는 경우라면 한번에 3돈(12g)도 쓸 수 있다. 그러나 야윈 여성이라면 5 (2g)정도로 줄여 써야 한다.

반면에 얼굴이 핼쑥하면서 생리 혈이 묽거나 양이 많을 때는 배가 차기 때문이므로, 무조건 익모초가 여성에게 좋다고 장복했다가는 배를 더 차게 하여 생리가 더 많아지는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이런 사람은 쑥 생강 계피 오수유 등 따뜻한 성질의 약을 선 택하도록 하자.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가 있다. 한의학이 현대 의학이나 약학에서 연구하는 성분 분석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약을 성분만으로 다 알았다고 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익모초는 레오누린이라는 성분이 있어 자궁의 혈액순환을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먹어서 좋을 사람이 있고 해로운 사람이 있는 것인데 성분만으로는 이것이 분명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약은 그 성질을 잘 알아서 사용해야지 성분 분석만이 능사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의사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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