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의 비밀 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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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기능 이상 때문이 아니라 뇌의 구조에 이상이 발생해서 두통이 유발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영국 학자들에 의해 발표되었다는 소식이다. 이번 연구 결과로 모든 종류의 두통을 치료하기 위한 접근법에 근본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두통이 뇌의 물리적인 구조 이상에 의해 유발된다는 생각은 전혀 제기된 바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새로운 주사 기술(scanning technique)을 사용했는데, 이를 통해서 뇌 일부분에서 회색의 세포 덩어리가 과도하게 생장함으로써 두통이 유발된다는 사실을 규명할 수 있었다고 한다. 회색의 세포 덩어리가 생장하는 곳으로 밝혀진 부분은 뇌에서 신체 시간 감각을 지배하는 부분으로 두통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연구에서 다룬 송이두통(cluster headaches)은 눈이나 관자놀이(temple), 뺨 주위의 머리 한 쪽 면에서 갑작스러운 매우 심한 두통이 유발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렇게 유발된 두통은 약 15분에서 3시간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송이두통은 주로 남자들에게서 발생하며 두통이 사라지기 전까지 몇 주 또는 몇 달에 걸쳐 계속적으로 재발하게 된다.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무리를 지어 나타난다는 뜻의 송이두통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런던 신경학 연구소(London´s Institute of Neurology)의 두통 연구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피터 고드스비(Peter Goadsby) 교수가 주도한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자연의학(Nature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되었다.

고드스비 교수에 따르면, 송이두통과 편두통(migraine)은 완전히 정상적인 뇌 구조에서 뇌 기능이 비정상적인 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에 유발된다는 것이 지금까지 학계의 지배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학설은 전혀 들어맞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거에는 고해상도의 뇌 주사 연구를 통해서 송이두통을 호소하는 환자의 뇌를 조사하더라도 뇌 구조상의 이상을 포착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 개발된 새로운 주사 기술을 사용한 연구를 통해 고드스비 교수 연구팀은 송이두통이 발생한 머리 부분에 위치한 뇌의 시상하부(hypothalamus)에서 회색의 세포 물질 생성이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송이두통을 호소한 환자의 뇌를 조사했을 경우와 같은 환자가 두통을 느끼지 않았을 때의 뇌 구조 사이에서 서로 다른 차이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뇌에서 발견된 이상 구조가 계속 변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를 주도한 고드스비 교수에 따르면, 문제의 뇌 이상 구조가 발견된 시상 하부는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 결과를 통해 두통이 발생했을 때 기능 이상을 나타내는 뇌 부위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와 같이 이번 연구 결과와 과거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뇌의 구조 이상으로 인해 뇌의 기능 이상이 유발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고드스비 교수에 따르면 이번 연구 결과는 송이두통과 관련된 뇌 부위를 정확히 발견한 최초의 연구 사례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문제의 시상 하부는 뇌에서 신체의 일주기성(circadian rhythms)과 관련이 있는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를 통해 두통이 계절과 같은 시간에 따라 정확한 규칙성을 나타내며 발생하게 되는 이유도 더불어 밝혀진 셈이다.

[원출처] BBC, http://news.bbc.co.uk/hi/english/health/newsid_380000/ : 1999년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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