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오.남용 막을길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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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차 의료기관에서 실제처방내용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보다 항생제 오남용이 훨씬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내 항생제 사용 실태조사 및 적정사용 방안에 대한 연구´ 중 제2세부과제인 `치료적 항생제 사용의 적정성 평가 및 사용지침 개발´(연구책임자:김준명·연세의대)이 최근 완료, 의료기관에서의 항생제 사용 양상이 보고됐는데 이전에 발표된 일부 보고들이 의료보험 청구내용과 설문을 통한 자료인데 제한점이 있었으나 이 연구는 일선 의사들의 실제 처방내용을 근거로 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되고 있다.

이 연구는 호흡기 질환의 경우 전국 123개 병의원에서 140여명의 의사들이 진료한 3,699명 환자의 실제처방내용을 수집하고 환자의 실제 처방내용을 수집한 자료와 비교하기 위해 전국 180여개 병의원을 대상으로 다시 설문조사를 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결과 폐렴과 급성 인두염의 경우 99.8%에서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감기는 원칙상 대부분이 항생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97.2%에서 항생제를 처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기의 경우는 이전 설문조사나 의료보험 청구자료을 토대로 보고되었던 사용률 85~90% 보다 훨씬 높은 항생제 사용률을 나타냈다.

1차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병행·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항생제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경우는 감기 37.1%, 급성인두염 61.3%정도로 의사들이 항생제 사용원칙을 알고 있음에도 실제처방과는 큰 차이가 있음을 시사했으며 또 설문조사의 신뢰성이 떨어짐을 단적으로 증명했다.

경구제제만을 사용한 경우는 폐렴에서 49.3%, 급성 인두염에서 58.9%, 감기는 54.8%로 나타났으며 나머지는 주사제가 포함된 처방을 하고 있었다. 주사제가 포함된 처방은 폐렴 50.7%, 급성인두염 41.1%, 감기 45.2%로 나타났으며 감기의 경우는 기존보고보다 10~30%정도 주사제 사용률이 높게 나타났다. 설문조사에서는 급성인두염 50%, 감기 29.8%가 주사제를 처방한다고 응답했으며, 경구제 없이 주사제만 사용한 경우도 폐렴의 경우 11.1%, 급성인두염 4.7%, 감기 18.6%로 실제 조사결과와는 많은 차이를 드러냈다.

병원규모별 항생제 처방건수는 병원 규모가 작을수록 주사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경구 항생제 없이 주사제만 사용하는 경우도 대부분 2백병상 이하 규모의 병의원이었다.

항생제 적정사용은 폐렴의 경우 24.5%가 적절하게 처방한 반면 급성인두염과 감기에서는 적절하게 항생제 처방이 이루어진 경우가 각각 17.1%와 6.5%로 낮아 전체적으로 적절하게 처방이 이루어진 경우는 9.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역별 주사제 사용양상을 보면 서울 28%, 부산 64.2%, 중부 48.9%, 호남 77.4%, 영남 35.5%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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