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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 부족, 고글 부실?…사투 중인 대구 의료진에 필요한 건 디테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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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앞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방호복과 장갑 등을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앞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방호복과 장갑 등을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용 방호복 3000벌 기부' '마스크 100만매 기부' '1억원 기부'…. 최근 대구 지역에 쏟아지는 도움의 손길이다. 정부도 이곳으로 의료 자원을 집중 지원한다. 공중보건의는 물론이고 군 인력, 자원봉사 의료진까지 끌어모은다. 개인 보호구도 마찬가지다. 대구시와 정부는 레벨D 세트 보호복 9만5000개를 대구 지역 병원에 지급했다.

하지만 현장 불만은 여전하다.
"방호복을 입고 일하는 사람은 2시간마다 교대하며 휴식 취해야 하는데 방호복이 부족해 4시간에서 심지어 8시간까지 일하는 경우도 있어요." "방호복이 모자라서 다른 병동에 남는 방호복이 있는지 찾아 헤맨 적도 있어요." 4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가 소개한 격리병동 간호사들의 사례다.

현재 상황은 어떨까. 방호복 같은 핵심 보호구 공급은 이전보다 안정을 찾은 모양새다. 대구의료원 관계자는 "충분한 양은 아니지만 지원을 잘 받고 있다. 사용할 만큼의 장비는 공급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구의 한 의대 교수는 "장비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다만 시에서 조치를 취한다고 하고 기부도 많이 들어와서 해결될 거 같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디테일'로 들어가면 여기저기 구멍이 보인다. 장갑과 보안경(고글), 안면 보호구 등이 그렇다.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방호복·마스크는 전국에서 대구와 경북으로 몰아주니까 크게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글러브(장갑) 같은 세부 장비는 여전히 모자라다"면서 "글러브는 속에 끼는 것과 겉에 끼는 게 있다. 여기는 속글러브는 여유가 있지만 겉글러브는 부족한 편이다"고 했다. 방 부회장은 대구에 마련된 '드라이브 스루'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 등을 맡고 있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간호사도 별반 다를 바 없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일하는 한 의사는 "단단한 겉글러브를 껴야 하는데 겉글러브가 없어서 속글러브 두 개를 끼곤 한다. 진료 후에 보면 손가락에 구멍이 나 있기도 한다"면서 "이틀 전엔 없었다가 어제는 들어오는 식으로 매일 글러브 수급 상황이 달라진다"고 했다.

 6일 육군 제32보병사단 소속 코로나19 방역지원본부 장병들이 대전 복합터미널에서 방역작업을 실시했다. 이날 보호복과 마스크, 고글 등 보호장구를 착용한 장병이 전우의 고글을 바로잡아 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6일 육군 제32보병사단 소속 코로나19 방역지원본부 장병들이 대전 복합터미널에서 방역작업을 실시했다. 이날 보호복과 마스크, 고글 등 보호장구를 착용한 장병이 전우의 고글을 바로잡아 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개인 보호구의 질 문제도 지적한다. 이 의사는 "보호구 장비를 보면 업체가 매번 계속 바뀐다. 특히 요즘 들어선 장화나 고글이 부실해진거 같다"면서 "고글 매는 끈이 부실한 건 기본이다. 예전엔 밴드처럼 머리에 쓰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그냥 안경식으로 된 제품이다. 물론 조심하면 문제는 없는데 땀 많이 흘리고 그럴 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제는 보호복을 입으면서 지퍼를 올렸는데 중간에 지퍼가 갈라져서 다시 입는 일도 있었다. 황당한 일이었는데 병실 안에서 갈라지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감염 관리의 기본인 '마스크' 부족난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대구 지역 의사는 "초반엔 박스에 있는 마스크를 알아서 가져다 썼는데, 지금은 들어갈 때마다 인원수대로 나눠서 준다. 아껴 쓴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대구병원 관계자는 "마스크는 100% 부족하다. 특히 간호사들에게 많이 부족한 편이다. 개별적으로 마스크를 사서 쓰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대구 현장 의료진에게 '디테일'한 장비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상혁 의협 부회장은 "마스크는 의료기관에 우선 공급해서 의료인 보호가 이뤄져야 국민 건강도 지킬 수 있다. 각종 개인 보호구도 세밀한 부분까지 챙겨서 지원해야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의료연대본부도 "중환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보호 장비 부족으로 코로나19 환자 병동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직원 안전보다 물품을 아끼는 것이 우선인 상황에서 확진자 입원 병동의 직원을 불안하고 힘들게 만들고 있다"면서 충분한 지원을 촉구했다.
정종훈·이우림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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