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주영씨 절필선언 잠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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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작가 김주영씨(50)가 23일 돌연 절필선언을 하고 시골에 다녀오겠다며 잠적해 버렸다.
김씨는『내자신의 내면에 더 이상 글을 써나갈 힘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나는 내 50살의 분별력으로 확인했다』며『소중하고 숭고하며 허위가 개입할 수 없다는 문학에 대한 외경심이 이제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만들었다』고 절필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신문연재 등 벌여놓은 일들은 연내에 정리를 끝내고 낙향, 당분간 글이나 정신노동과는 거리가 먼 육체노동의 즐거움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이 같은 갑작스런 절필선언에 대해 문단에서는 전혀 뜻밖의 일로 생각하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근년 들어 시사칼럼·TV토론프로 출연 등 문학의 테두리를 넘어 왕성하게 활동하던 금씨의 갑작스런 절필선언이어서 문단에 주는 충격은 더하다. 김씨와 이웃에 살며 가장 가깝게 지냈던 작가 이문구씨는『충격적이어서 어안이 벙벙하다. 김씨같이 끈기 있는 대형작가가 이제와 절필하다니. 문단의 큰 손실』이라며 충격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1939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난 김씨는 71년『휴면기』가「월간문학」신인상에 당선, 데뷔한 이래 장편『명주』『활빈도』등을 발표하며 70, 80년대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그의 작품세계는 소외된 인간을 비극적으로 묘사하여 인간의 생존 자체에의 회의 내지 허무를 보여주던 초기 작품에서 후기에 올수록 소외된 인간의 삶 자체를 건강하고 힘있게 묘사하는 데로 나아갔다. 특히 토속적인 언어와 환경을 발굴, 시대소설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을 받았다.
현재 월간「동서문학」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한국일보에 장편『화척』을 연재중이다.<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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