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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국민과 친해지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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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유럽인들 중 59%가 과학자들이 하는 일, 즉 연구개발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고는 과학기술이 오용돼 인류의 재앙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기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 속에서 과학기술이 주요하게 다뤄졌을 때는 나라가 강했고, 관심에서 멀어지면 세력을 급속히 잃어가는 것을 보아왔다.

독일은 거대한 과학관을 도시 한가운데 건설해 국민이 과학기술의 실체를 접하고 관심과 친근감을 갖게 하였다. 뮌헨의 도이체 무제움(Deutsches Museum)이 그것이다. 이 과학관은 1920년대 설립돼 독일을 과학 강국으로 만드는 발판이 됐다.

다행히 우리 정부에서는 국립과학관을 과천에 새로 건설하고 있고 광주.대구.부산.강릉에도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관의 전시품은 우선 과학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박물관의 유물처럼 진품일 필요는 없다. 과학원리를 재미있게 구현하면 족하다. 관람이 재미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상의 황홀함을 느낄 수 있는 체험이나 재미있는 게임을 통해 과학적 현상이 자연스럽게 기억되도록 구성해야 한다. 같은 원리의 전시물이라도 다양한 형태로 만들고, 관람객이 다시 오고 싶도록 적당한 주기로 바꿔야 한다.

학생들이 우리나라의 과학발전 과정에 대해 바른 안목을 갖게 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 우리는 1377년 금속활자로 직지심경을, 폴란드는 1423년 로렌스가 문자를, 독일의 구텐베르크는 1456년 '42행 성경'을 대량 인쇄한 것으로 돼 있다. 중국은 11세기에 인쇄기를 발명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 속에서 우리의 기술발전 과정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우리의 찬란한 문화를 지탱한 선조들의 과학적 슬기에 대해 자긍심을 갖게 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경주 석굴암이 토함산 꼭대기에서 풍화작용에도 불구하고 1000년 이상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샘물 위에 축조됐기 때문이다.

과학관이 과학과 대화하고 같이 호흡하는 공간으로 가까워질 때 우리의 미래는 피어날 것이다.

김동주 국립중앙과학관 홍보협력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