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권 변혁에 적극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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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베이커 미 국무장관의 이번「냉전시대 종식선언」 은 사회주의권의 변혁에 그 동안 「냉전적 시각」의 연장에서 소극성을 보여온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됐음을 의미한다.
전후 양극구조를 이루어온 일방인 소련이 85년 고르바초프 등장이후 개혁· 개방을 추진하며 『새로운 지구적 규모의 신 질서 창출』을 제안했으나 미국은 소련의 군사적 양보가 선행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이에 대한 신뢰를 표시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이 소련의 이니셔티브를 인정하는데 따른 부담과 미국자신이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확인되지 않았던 점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헝가리·폴란드를 비롯한 동구권의 혁명적인 변화와 소련의 개혁에 따른 곤경 등으로 미국은 그의 경제적 우위에 대한 자신감을 반사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미국 내에서도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할 황금의 기회를 일실 해서는 안된다」는 여론과 함께 동구권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지원을 적극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 이를 모두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배경에서 미국은 냉전구조를 지배해온 「핵에 의한 공포의 균형」을 허물어내는 핵감축 협상을 촉진하는 한편 자본주의적 경제질서가 주도하는 세계경제에 소련등 사회주의권을 이끌어냄으로써 미국의 우위가 유지되는 새로운 세계경제질서를 추구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전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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