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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방송 자진폐업…김예령 기자 사직 “재허가에 영향 끼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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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방송. 웹사이트 캡처

경기방송. 웹사이트 캡처

경기지역 종합편성 라디오 사업자인 경기방송(FM 99.9)이 자진 폐업을 결정했다.

경기방송 노조와 구성원은 지난 24일 사측으로부터 폐업 결정을 통보받았다고 25일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경기방송은 지난 20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이사 4인 전원 찬성으로 폐업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방송사업권도 방송통신위원회에 반납하기로 의결했다. 이사회는 오는 3월 16일 주주총회를 열고 최종 폐업 보고를 할 예정이다.

경기방송의 폐업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업권 조건부 재허가 결정이 내려진 지 한 달여 만에 결정됐다. 이사회는 폐업 이유를 급격한 매출 하락과 ‘노사간 불협화음’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 없는 갑작스런 폐업 결정은 재허가 관련한 정치적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을 낳았다.

이같은 의혹은 25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라온 김예령 경기방송 기자의 게시글과도 맞물렸다.

김 기자는 2019년 청와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름과 소속을 밝히지 않은 채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제 기조를 안 바꾸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고 질의해 관심을 모았다.

김 기자는 경기방송 폐업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2019년 신년 기자회견 논란이 경기방송의 재허가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의 질문이 결국 저희 경기방송의 재허가권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며 “제 인생의 반이었던 기자생활, 그 가운데 10년을 청와대와 국회를 취재하면서는 고민과 갈등의 연속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동아일보 기자로 30년을 재직하셨던 아버지의 기사와 글이 기자 생활 내내 ‘내가 제대로 잘하고 있는가?’를 되묻게 하는 교과서였다”며 아버지의 시 ‘만년필’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은 경기방송의 자진 폐업에 난감해 하고 있다. 지상파사업자가 스스로 사업을 포기한 건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26일 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지금 당장 방송을 폐업해버리면 동일 주파수 사업자를 선정해 방송을 재개할 때까지 상당 시간이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청취자 권리가 침해당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방송사 자진 폐업을 막을 순 없지만 방송시설 매각금지 등을 강제할 수 없는지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폐업 결정이)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식의 소문도 있다”며 “그 부분은 분명히 해야 한다. 경기방송은 재허가 점수 미달이 명확했다. 조건부 재허가에도 자의적인 폐업 결정에 나선 것은 방송사업자로서 기본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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