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료보험파업 무엇이 문제인가|「통합의료보험」이 최대 걸림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파업 지방까지 파급우려 시민불편 클 듯
서울의료보험조합 노조가 23일부터 파업 돌임을 선언함으로써 출범 4개월 째의 도시의료보험이 진통을 겪고있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서울시내 22개 의보조합의 업무가 대부분 마비돼 피보험자에게 큰 불편을 주는 것은 물론 파업의 여파가 지방으로 확산돼 지역의보 전체가 시련에 빠질 우려를 낳고있다.
특히 이번 노사분규는 자체의 단체교섭으로는 해결이 어려운「통합의보 관철」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어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노사분규=서울시 의보조합 노조는 본문 32조·부칙 8조의 단체협약 안을 제시, 지난달 29일까지 10차 단체교섭을 벌였으나 협상이 결렬되자 5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발생신고를 냈다.
노사 양측은 노조 전임자숫자·조합원 범위 등에 어느 정도 의견접근을 보였으나 생계보조비·민원수당·교통비·급식비등 임금과 관련한 근무조건 부분에서 벽에 부딪쳐 파업에까지 이르게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어려운 문제는 통합의보 관철. 노조 측은 현행 의보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합의보가 시행되어야 하고, 이 경우「동일직종-동일임금」이란 임금문제도 자연히 풀릴 것으로 보고있다.
노조 측은 통합의보 관철을 단체교섭의 배경으로 깔고 정부 및 정치권에 통합의보 시행을 촉구하기 위한 압력수단으로 노조 파업이란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사용자측(의보조합 대표이사)은 통합의보 문제는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임금문제도 국회에서 내년 예산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역의보조합 노조 전국협의회는 지난달 20일 전국대의원 대회에서「추투」를 결의해 놓고있어 노사분규가 지방으로까지 확산될 전망이며 경남지역 노조는 17일 의보통합법안 국회통과를 요구하며 쟁의발생신고를 내놓은 상태다.
◇전망=의보조합의 노사분규는 의보조합이 준 행정청의 성격을 가진데다 피보험자의 보험료와 국고지원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해결에 어려움을 안고 있다.
즉 노조와 사용자간의 문제를 떠나 노조와 시민(피보험자), 노조와 정부간의 관계가 얽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서울시내 22개 조합이 각각 대표이사를 둔 독립된 사업장으로 되어있으나 노조는 단일노조로 구성돼 노조를 상대해야할 사용자의 개념이 모호한데다 실제로 이들 대표이사가 단체교섭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이 별로 없다는 사실도 문제다.
또 정부로서도 국회에서 내년예산이 통과되면 사실상 의보조합 직원의 임금수준이 결정되므로 임금협상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노조 측의 입장이 강경하면서도 풀기 어려운 문제는 의보통합. 노조 측은 모든 것을 포기해도 의보통합은 관철하겠다는 주장이다.
현행 조합주의는 직장·공무원·지역별로 조합을 구성, 조합별로 보험재정을 운영토록 하고 있으나 통합의보는 이를 단일조합으로 통합, 소득·재산에 따라 동일한 기준으로 보험료를 책정하고 누진율을 적용토록 하는 것이다.
노조 측은 현행 조합주의가 계층간의 이질감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 소득 재분배를 통한 사회보강제도의 정착을 위해 통합의보를 시행토록 요구하고 있다.
◇의보조합 노조=특별시·직할시·도 단위로 14개의 지역조합(광주와 전남은 통합)과 전국협의회를 결성하고 있다. 도 단위 노조는 농어촌과 도시 의보조합이 함께 가입하고 있다.
현재 전국 2백54개 조합 중 2백22개 조합이 노조에 참여하고 있으며 전체 조합직원 가운데 78·9%(군 94·1%, 시 69·1%)가 노조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의보조합 노조가운데 인천지역은 지난달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일부 노조는 이번 분규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등 전국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는 어려운 현실이다.<한천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