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아빠, 건강 챙기고 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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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31일은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만난다는 칠석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도 현대판 견우와 직녀가 즐비하다. 자식을 교육시키기 위해 떨어져 사는 기러기 아빠와 엄마가 그들이다.

기러기 아빠는 홀로 살지만 독신을 즐길 여유와 자유가 없다. 막대한 송금비용을 감당해야 하고, 처자식을 둔 남자란 굴레도 간단치 않다. 한국의 많은 남자들은 '일 중독'이 많아 때늦은 나 홀로 삶은 낯설고 힘들다.

외국은 독신생활이 보편화됐지만 그래도 결혼한 남성이 가족과 떨어져 살면 건강상의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가족이 함께 지낼 때보다 자살률이 2.3배, 술이나 약물 중독으로 인한 사망률이 4.7배, 일반 사망률이 1.9배나 높다(스웨덴 우메오대).

국내 기러기 아빠의 건강 문제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40%는 외로움 등 정서적 문제를, 네 명 중 한 명은 신체적 건강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한다(사단법인 하이패밀리). 이런 상태가 길어지면 우울증.불면증.불안장애.적응장애 등 정신 질환이 생긴다. 또 자율신경계가 지배하는 심혈관 질환(협심증.심근경색증.뇌졸중)과 소화기 질환, 암 등의 발생률을 높인다.

기러기 아빠들은 스스로의 건강관리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우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우유와 바나나 1개 등 간단한 아침 식사를 꼭 챙길 것. 외로움은 음주나 회식보다 취미 생활을 곁들인 동호회 참여로 달래는 게 낫다. 주말을 적극 활용한 규칙적인 운동은 필수 항목이다. 또 심신이 건강하다 느껴도 건강검진은 매년 꼭 받아야 한다.

고민을 터놓고 말할 대상도 찾아야 한다. 친구, 친척, 동료 기러기 아빠 등 마땅한 대상이 없다면 정신과 상담도 주저하지 말 것. 떨어진 가족과도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경제적.정신적.신체적으로 힘들 땐 "괜찮다"며 거짓으로 의연한 척하는 것보다 "지금 내가 이런 이유로 무척 힘들다"며 고통을 가족과 공유하고 해결책을 함께 찾아야 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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