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토시'…갈비집 女종업원이 2년간 4억대 빼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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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 서초구 원지동의 한 갈비집 여종업원 崔모(38)씨. 그녀는 항상 긴 소매 옷을 입었다. 삼복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긴 소매를 고집했다. 그건 '개인적 취향'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실은 소매 속 '비밀 금고'를 감추기 위해서였다. 소맷부리 안에 양말로 만든 토시를 착용, 손님들이 현찰로 계산한 음식값 일부를 슬쩍 집어넣은 것이다. 이렇게 빼돌린 돈은 2001년 이후 4억원대에 이른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崔씨를 특가법상 절도 혐의로 5일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崔씨는 갈비집에 취직한 1997년부터 조금씩 돈을 빼내다 2001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빼돌렸다. 崔씨는 손님들이 주로 청계산 등산객이어서 현찰로 계산하는 데 착안했다.

더욱이 주인은 종업원들이 수금한 돈을 뒤주와 바구니에 나눠 담아 보관, 손님이 몰리는 공휴일에는 관리가 허술했다.

崔씨는 현찰을 받으면 일부를 토시에 접어 넣었다. 토시가 부풀어 오르면 5분 거리인 집으로 가서 비우고 왔다. 崔씨는 이렇게 '수금'한 내역을 장부에 꼼꼼히 기록했다.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수금액은 2억5천만원. 공휴일에는 평균 1백30만원가량을 챙겼다.

崔씨는 이 돈으로 고교 1학년 아들을 캐나다로 조기 유학까지 보냈다.

이 같은 崔씨의 범행은 음식 값을 소매 안에 넣는 것을 수상히 여긴 단골 손님이 사장에게 제보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사장은 지난 8월 崔씨 몰래 폐쇄회로 TV를 설치해 범행 모습을 촬영, 경찰에 넘겼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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