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못받는' 러브호텔…경매쏟아진다

중앙일보

입력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직격탄을 맞은 여관.모텔 등 속칭 '러브호텔'들이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경매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 공급과잉.불황.정부규제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며 두손을 드는 업체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 한계업소들의 퇴출 속에 자금력.영업력을 갖춘 '프로 러브호텔'들은 불황 속 호황을 구가, 성매매특별법 시행 1년10개월 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극심한 침체기에 들어섰던 러브호텔업계는 아직도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남돚신촌 등 일부 지역에서 회복조짐이 엿보이나 서울 강북, 수도권 외곽, 지방 등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러브호텔의 현 주소는 경매시장 통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부동산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경매 매물로 나온 여관 모텔 등 숙박업체수는 2001년 1725건에서 2002년 865건, 2003년 939건으로 줄었다가 2004년에는 2457건, 2005년 3696건으로 급증했다. 경매물건의 급증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총 2361건이 경매로 나왔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말까지는 4000건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매물이 넘쳐나면서 (시세 대비) 낙찰가율도 급락했다. 2002년 60.4%였던 것이 2003년 55.6%, 2004년 50.1%, 2005년 47.2%까지 떨어졌다. 올들어서도 5월에 42.8%까지 하락했다. 6월중 55.6%로 급반등했으나 추세로 보는 견해는 많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낙찰가율이 이처럼 떨어져도 경매가 성사되는 확률은 10건에 2건이 채 되지 않는다. 부동산 경매물건들의 평균 낙찰가율 30%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숙박업소의 낙찰가율은 2003년까지 25% 내외였지만 2004년에는 16.2%로 급락했고 올해도 5월(21.8%)을 제외하곤 10%대에 머물러 있다.

이영진 디지털태인 부장은 "성매매특별법이 결정적인 타격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러브호텔 저층에는 주로 위락시설이 함께 있어 낙찰가 외에 별도의 시설비 지출이 필요한 점도 낙찰률이 낮은 이유"라고 말했다.

러브호텔의 퇴출이 가속화된 것은 2002년까지 계속된 구조적인 공급과잉에 경기불황, 성매매특별법에 따른 규제 강화 등 이중삼중의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러브호텔산업은 98년 은행의 여신금지업종에서 풀렸고 이후 부동산 가격 급등, 월드컵을 전후한 관광산업 활성화, 은행의 무분별한 대출, 성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을 배경으로 급성장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002년까지 은행의 대출 증대 시기에 감정가의 거의 80%를 받고 자기 돈 없이 시작한 업체들은 대부분 도산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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