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선 프리패스, 환자 동선도 뒤엉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뉴스1]

[뉴스1]

[코로나19 비상] 

지난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에 사는 20대 아들과 50대 어머니는 여느 때와 같이 건국대병원을 찾았다. 어머니의 종양 치료를 위해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서다. 엄마가 병원 출입문을 지나 진료접수 창구에 도착해 창구 앞에서 콜록콜록 기침하자 창구 직원이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들이 홍콩에서 대학을 다니다 최근 입국했다”고 했다. 그러자 직원은 두 모자를 선별진료소로 안내했다. 아들은 “병원 입구에서 별다른 제재 없이 들어왔다가 창구 직원 안내로 선별진료소로 오게 됐다”며 “병원이 출입문에서는 해외여행 이력을 물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병원 본관 1층 로비에 열 감지 카메라 한 대와 병원 관계자 한 명이 있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간한 '의료관련감염 표준예방지침'에 따르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의 병원 내 전파를 막기 위해서 의료기관은 병원 내 방문객 제한을 강조한다.

코로나 검사 민간의료기관 10곳 돌아보니 #일부에선 중대본 매뉴얼 안 지켜 #기침하니 그제서야 "혹시 해외?" #"선별 진료소 감염 관리 소홀"

중앙SUNDAY는 지난 10~12일 감염증 검사가 가능한 민간 의료기관 38곳 중 10곳을 직접 가 말단의 방역관리 상황을 점검했다. 이들 병원은 발 빠르게 선별진료소를 운영해 병원 감염을 차단하고 있으나 일부에선 중대본이 제시한 매뉴얼을 지키지 않거나 매뉴얼 해석을 놓고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병원 내 동선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37.5도의 열과 약간의 기침을 보이는 방문자와 함께 선별진료소로 안내하면서 건물 에스컬레이터 등 병원 내부를 통해 함께 이동하기도 했다. 지난 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선별진료소 운영 안내’에 따르면 감염증 의사환자를 선별진료소로 안내할 때 일반 환자와 의료진과의 접촉이 없도록 건물 외부 동선을 통해 이동해야 한다고 돼 있다.

노원을지대병원에선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의사환자 5명이 외부인이 오가는 길목에 일렬로 줄 서 대기하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지침에 따르면 의료 시설은 선별진료소에 와 대기하는 의사환자를 위해 별도의 격리 대기실을 안내해야 한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선 여행력은 없지만, 기침과 발열 증상이 있는 환자를 두고 내부 관계자들끼리 검사할지 말지 혼선을 빚기도 했다. 병원 관계자는 "정확한 검사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15일이면 중대본이 코로나19 관련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한 지 20일째다. 김윤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공공부문의 역할을 민간이 분담해 잘 대처하고 있다”면서도 "지역사회 내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리가 소홀한 측면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나윤 기자, 김여진 인턴기자 kim.nay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