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 조직 등 "장기전 태세"야3당서 농성벌인 전교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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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야3당서 농성벌인 전교조
지난달 24일 범 국민대회 개최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전교조가 18일 전격적으로 평민·민주·공화 등 야3당의 중앙 및 지방당사에서 일제히 농성에 들어가 주목을 끌고 있다.
전교조가 야당당사를 찾아 교육관계법개정 등 사태해결에 정치권이 적극 나서주도록 요청한 적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으나 7백여 명의 대규모인원이 전국 동시다발로 농성을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교조의 이 같은 행동은 정기국회에서의 개정법률안 심의를 앞두고 사태해결에 계속 미온적인 정치권에 보다 강력한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될 수 있으나 사실은 9·24국민대회이후 멀어진 국민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켜 보겠다는 목적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전교조 측은 정치권에서 만족할만한 답변이 나올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벌이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이만하면 충분한 효과를 거뒀다』고 느끼는 순간 바로 농성을 해제할 가능성이 높다.
전교조는 사실 그 동안 대 정부투쟁 및 대 국민홍보에 있어 성급한 승부를 노리는 단기전보다 결정적 시기를 기다리며 내실을 다지는 장기전에 치중하기로 전략변화를 이룬바 있다.
이는 9·24 국민대회가 돌·화염병이 난무하는 과격대회가 됨으로써 아무런 실익 없이 국민들에게 과격한 이미지만 줬다는 자체평가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교조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들의 연내주요사업은▲조직복원▲후원회조직▲생계대책 확보 등 크게 세 가지며 집회 및 농성 등은「국민들의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기 위해」 가끔씩 범행해나갈 뿐이라고 밝힌바 있다.
따라서 전교조는 28일로 예정된「참교육을 위한 국민 걷기 대회」에서도 전대협등 대학생세력을 참가단체에서 제외시켰으며 대회진행 방식도 구호를 외치고 주먹을 치켜드는 투쟁형태에서 농악놀이·연극 등 문화행사형태로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전교조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그 동안 꾸준히 병행해온 조직복원사업·후원회조직사업·생계대책사업이 기대이상의 성공을 거두면서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는 최근 조합원수가 10월 중순 현재 지난 5월 교조결성당시 조합원의 70%선인 1만4천명에 이르고 있으며 연내로 1백% 복구를 확신한다고 주장, 문교부가 밝힌 미 탈퇴 잔류 자 18명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화이트칼라 노조를 중심으로 한 후원회결성도 순조로워 그 동안 큰 고민거리였던 재정문제도 상당히 좋아졌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전교조가 서울 북아현동의 협소(20평)한 사무실을 떠나 당산동의 1백 평 사무실로 이전한 것이나, 교단을 떠난 1천5백여 명의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생계보조비(1인당 10만∼20만원)를 지급하게된 것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교조가 또다시 조직·자금·사기 등을 복원, 정부와의 장기전을 시도하고 있어 전교조사태는 근본적인 치유책 없이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고있다.<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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