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예술인마을 헤이리, 19일까지 페스티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1. 한낮 성미나 시나리오 집필실 안

"저 위에 다락방 보이지요? 다락방은 어린시절을 생각나게도 하고, 하여튼 묘한 매력이 있어요. 이 집에 사는 분은 작가인 만큼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치를 써봤는데, 어때요?"

건축가 권문성씨의 건축 투어 설명회에 참여한 50여명의 관람객은 일제히 다락을 쳐다봤다. 고개를 끄덕이는 아저씨, 꼼꼼히 살펴보며 뭔가를 적는 학생, 한번 올라가보겠다고 떼쓰는 어린이 등 좁은 방안에 모인 사람들은 호기심의 눈길을 여기저기에 던진다. 방을 나온 관람객들은 건물의 위층 아래층을 넘나들며 건축가와 함께 진지한 관찰을 한다.

#2. 해질녘 한적한 늪지 마당

"딸랑, 딸랑, 딸랑." 바람이 분다. 아이 키만큼 자란 잡초와 조그맣게 웅크린 종이 바람결을 따라 춤춘다. 아이와 함께 풀 숲을 헤치고 종 소리를 따라온 엄마는 감탄을 내뱉는다. "어머,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네! 햐, 이 종소리 참 기분 좋다, 그치?" 임옥상의 작품 '평화-바람은 소리다'는 엄마와 아이를 한동안 그 자리에 서있게 했다.

#3. 나른한 오후 카메라타 음악홀 주차장

11월 완공을 앞둔 방송인 황인용씨의 음악홀 '카메라타' 건물의 주차장에는 단박에 눈에 띄는 대형 설치미술이 있다. 반도체 키트 1백여개로 미래의 새로운 기계 음악을 표현한 신철호의 작품 '무제'다. 친구들과 이곳에 들른 민지은(25)씨는 "주차장에 설치미술이 있다는 게 참 재밌어요. 건물이 완공되기 전의 모습도 살펴봐서 좋고요"라고 말한다.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 안의 예술인마을 헤이리는 지금 공사 중이다. 3백여채의 예술인 집이 들어설 예정이지만 아직 완공된 건물은 10여채에 불과하다. 아직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한 상태지만, 헤이리는 과감하게 외부인에게 그 모습을 공개했다.

지난 3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열리는 '헤이리 페스티벌'은 건축과 미술이 융합된 새로운 개념의 축제다. 우선 국내의 유명 건축가들의 개성있는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마을회관인 커뮤니티 하우스에선 헤이리 건축 개념전이 열려 미래 이곳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다. 또 매주 토요일 오후 1시와 3시에는 민규암.헬렌박.승효상.김준성 등 건축가들이 자신이 설계한 건물을 설명해 주는 건축 투어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이곳에서 '오픈 스튜디오'라는 배너를 설치한 건물들은 자유자재로 들나들 수 있는 설치미술 같다. 한길사 건물에는 수만개의 글자판을 활용한 '바벨탑'이, 황인용씨의 음악홀에서는 미래형 기계 음악이 관객을 기다린다.

'대화하는 의자''구름 솟대' 등 길거리를 지나다 우연히 마주치는 미술 작품도 반갑다. 헤이리에선 이 외에도 매주 주말 오후 6시에 재즈.민요.합창 등 각종 공연을 연다. 셔틀버스가 3호선 대화역에서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입장료 3천~5천원. 031-946-8551 (www.heyri.net)

파주=박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