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관심 갖는다 해서 선거 결과 달라지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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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열린우리당에서 문재인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한다.

"어떤 상황이 있으면 당에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이 국정쇄신을 주장했는데.

"당에선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28일 오후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과 기자들 간에 오간 문답이다. 청와대는 요즘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국정쇄신 요구 등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무심한 것으로 비춰질 만큼 거리를 두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7.26 재.보선 결과를 둘러싼 여당 내부의 논란과 관련해 "우리(청와대)가 관심을 갖는다고 해서 선거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관심사에서도 국내 정치 사안은 멀어져 있다고 청와대 사람들은 전했다. 한 관계자는 "지금 노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남북관계를 비롯한 안보상황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이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런 입장은 선거 패배 후 당장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열린우리당의 상황과 배치된다. 현재권력인 청와대와 미래권력이 관심인 여당 간의 인식차만큼 당.청 갈등은 깊어질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31일부터 8월 4일까지 여름 휴가에 들어간다. 정 대변인은 "휴가기간 중 8.15 경축사에서 전달할 메시지를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에게 이번 휴가는 맘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지 않다. 북한 미사일 발사 후 외교적 해결 노력은 벽에 부닥쳐 있다.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다. 9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반대하는 여론도 달래야 한다. 그야말로 숙제가 수두룩하다. 그래선지 노 대통령은 휴가기간 중 주로 청와대 관저에서 머물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고 해도 노 대통령으로선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터져나오는 파열음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에게 이번 여름은 유난히 길 것 같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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