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초청받고 안 갔다… 프랑스 리옹 '북한 위폐' 인터폴 대책회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북한의 위조 달러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회의에 국내 관련 기관이 초청을 받았으나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경찰기구인 인터폴은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 본부에서 '수퍼노트(초정밀 위폐) 관련 실무회의'를 열었다. 북한산 수퍼노트의 현황과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회의에는 인터폴 회원국의 위폐 수사 담당자와 화폐 제조 관련자가 초청됐으며, 각국에서 60여 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인터폴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에서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50달러.100달러짜리 수퍼노트와 관련해 미국 재무부 비밀수사국과 인터폴의 대표에게서 보고를 들었다"며 "위폐 제조장비를 통제하고 척결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실무그룹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회의는 위조 달러에 대한 범국가적인 대책을 모색한 첫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번 회의는 북한의 위폐 문제에 적극 대처하려는 미국과 인터폴이 주도했다. 미 재무부 비밀수사국은 지난해 인터폴에 북한의 위폐에 관한 비밀정보를 제공한 뒤 협력방안을 모색해 왔다.

인터폴은 지난달 '50달러.100달러 위폐가 북한과 관련성이 있으니 발견 즉시 미 재무부에 연락하라'는 오렌지 경보를 내렸다. 오렌지 경보는 인터폴 본부가 무기.폭탄이나 기타 위험물에 대한 정보를 회원국에 알리는 조치다.

◆ "참석 필요성 없다"=경찰청은 지난달 말, 한국조폐공사는 이달 초 각각 인터폴의 공문을 받았으나 실무자를 파견하지 않았다.

위폐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청 수사국 지능범죄수사과 관계자는 "하루만 열리는 회의에 예산을 써가며 참석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인터폴 본부에 파견 근무 중인 외사국 주재관(경찰)한테 대신 참석할 것을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외사국 관계자는 "리옹 인터폴 본부에 파견된 경찰 주재관은 위폐 수사 실무자가 아니라서 참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수사기관 위주의 세미나로 이해해 반드시 참석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해당 기관들이 참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다 방침을 갑자기 바꾼 것으로 안다. 위폐 문제에 소극적인 청와대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수퍼노트는 진짜 지폐를 찍는 인쇄기로 정교하게 위조된 달러다. 1989년 처음 발견된 뒤 지금까지 7530억 달러 정도가 유통된 것으로 인터폴은 파악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최근 발견된 수퍼노트가 북한산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철재.정강현 기자

◆ 인터폴(Interpol)=범죄 수사를 위해 자료와 정보를 교환하고 범인 체포.인도를 협력하는 국제기구. 1923년 설립됐고 본부는 프랑스 리옹에 있다. 회원국은 184개국이며 한국은 64년 가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