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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란 속···"코로나 막으려고 샀는데 '우한산 마스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세계 각국에서 마스크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을 올려받아 폭리를 취하는 업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정부 당국 간의 싸움이 시작됐다.

베트남·대만 "마스크로 폭리 취하면 처벌" #드론 띄워 마스크 안 쓴 사람 경고하는 중국

베트남에선 마스크 가격을 급작스레 올려 폭리를 취하는 약국은 영업정지를 하겠다고 밝혔다. 2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신종코로나 사태 대응을 총괄하는 국가지도위원회를 이끄는 부 둑 담 부총리는 "이제부터 시민들이 마스크 가격을 올린 약국에 대한 증거나 사진을 제시할 경우, 감독관들을 현장에 파견할 필요도 없이 보건부는 해당 약국의 영업 면허를 즉각 취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수요가 폭등한 마스크와 살균제 제품을 가지고 부당 이익을 챙기는 행위는 집중 감시 대상이 된다. 하노이에서는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마스크 가격이 평소보다 5~6배 정도 올라간 경우가 있었다. 하노이 보건당국과 경찰이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공동 단속을 펼친 결과, 한 약국은 평소 50개들이 마스크 한 상자에 5만 동(2500원) 이하로 팔았지만, 최근엔 가격을 50만 동(약 2만5000원)으로 올려 팔았다. 평소보다 10배가량 비싼 가격이다.

우한의 한 시민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로 마스크가 부족해지자 생수병을 이용해 대체 마스크를 만들어 쓰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우한의 한 시민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로 마스크가 부족해지자 생수병을 이용해 대체 마스크를 만들어 쓰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대만에서는 자국 내 물량 확보를 위해 1인당 구매 3개로 제한했다. 대만 당국은 마스크 사재기 조짐이 일자 일반 소비자 판매를 금지하고 마스크 일괄구매에 나섰다. 최근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대만 보건당국은 대만 내 공장이 하루 400만 개꼴로 생산하는 마스크 전량을 정부가 사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천스중(陳時中) 위생복리부 부장(장관)은 오는 15일까지 정부의 일괄구매가 이어질 것이라며 우선 140만개를 검역· 의료기관 등에 공급하고 나머지 260만개는 소비자에게 유상 배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 구매물량은 편의점과 약국에 배정돼 1인당 3개까지 구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 정부는 사재기와 폭리행위 등이 적발될 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및 최고 5000만 대만달러(약 19억6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마스크 대란의 배경을 따지고 보면 중국이 세계공장이라는 데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일 신랑 재경은 "마스크 세계 생산 및 수출 점유율의 50%는 중국"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공업화신식화부에 따르면 세계 마스크 생산과 수출국에서 연 생산기준 50%는 중국이 점하고 있다. 중국의 하루 최대 마스크 생산량은 2000만개다.

항공기 승무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항공기 승무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결국 중국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세계 마스크 공급에도 타격이 있는 셈이다. 중국의 마스크 공장들은 공급 물량을 맞추기 위해 초비상체제에 들어갔다. 2월 2일 신랑 재경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28일 저장성에 위치한 젠더차오메이르화(建德朝美日化) 유한공사에서는 하루 20만개의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 직원들은 하루에 20시간씩 일하는 터라 쉬는 시간은 고작 4시간에 불과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하루에도 몇천통의 문의 전화를 받아 피로하지만 그래도 생산 중이다"고 밝혔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다 보니 빚어진 해프닝도 있었다. 유로 뉴스에 따르면 이탈리아 로마의 공항에서 일하고 있는 라라는 트위터에 "코로나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우한에서 제조된 마스크였다"고 사진을 올렸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구매한 한 유럽 소비자가 자신이 산 마스크가 알고보니 우한에서 생산됐음을 알게 돼 트위터에 사진을 올렸다. [트위터]

신종코로나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구매한 한 유럽 소비자가 자신이 산 마스크가 알고보니 우한에서 생산됐음을 알게 돼 트위터에 사진을 올렸다. [트위터]

한편 중국 정부는 온갖 방식을 총동원해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는 당국이 드론을 이용해 마스크 안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꾸짖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타임스의 동영상에 따르면 중국 내몽고에 거주 중인 시민이 마스크 없이 길을 걷자 드론이 접근해 "아주머니, 마스크 없이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라고 경고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 드론은 시민에게 집에 빨리 돌아갈 것과 손을 꼭 씻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드론이 내몽고에 거주중인 할머니에게 집에 돌아갈 것과 손을 꼭 씻을 것을 경고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 [글로벌 타임즈]

드론이 내몽고에 거주중인 할머니에게 집에 돌아갈 것과 손을 꼭 씻을 것을 경고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 [글로벌 타임즈]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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