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하락에 바이러스 덮친 정유업계...현실 된 '실적하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SK에너지 울산CLX 공장. SK이노베이션은 전년보다 줄어든 지난해 실적을 31일 발표했다. [사진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울산CLX 공장. SK이노베이션은 전년보다 줄어든 지난해 실적을 31일 발표했다. [사진 SK이노베이션]

정유사 실적 악화가 현실이 됐다. 31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S-Oil) 모두 전년과 비교해 매출이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지난해 매출 49조876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1조269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 매출(54조5109억원)·영업이익(2조1032억원)과 비교해 각각 4조6344억원, 8339억원이 줄어든 수치다. 다만 지난해 4분기의 경우 매출 11조7885억원, 영업이익 1225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흑자로 전환했다. 신규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배터리 사업은 지난해 30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사업환경 악화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체적으로 감소했다”며 “올해 국제해사기구가 선박에서 사용하는 연료의 황 함량을 규제하는 IMO 2020을 시행함에 따라 디젤 수요가 늘어 수익성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쓰오일 공장 전경. 이 회사의 지난해 실적은 전년과 비교해 4.2% 감소했다. [사진 에쓰오일]

에쓰오일 공장 전경. 이 회사의 지난해 실적은 전년과 비교해 4.2% 감소했다. [사진 에쓰오일]

이날 실적을 공개한 에쓰오일도 전년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익이 줄었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매출은 24조394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4.2% 감소한 결과다. 순이익은 865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66.5% 줄었다. 사업별로는 정유 부문이 25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석유화학은 2550억원, 윤활기유는 219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중국 신규 정유설비의 상업 가동에 따른 공급 증가와 IMO 2020 시행에 앞서 고유황유 가격 급락으로 정제마진이 하락해 적자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정제마진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제마진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유사 실적 악화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이어진 정제마진 하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7.7달러를 기록했던 정제마진은 지난해 10월 4.1달러로 떨어졌다. 이어 11월 0.7달러를 기록했고 12월에는 마이너스 0.1달러로 추락했다. 올해 들어서도 1달러를 밑돌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정제비용 등 비용을 제한 것이다. 국내 정유사의 손익분기점은 정제마진 기준으로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다.

문제는 올해 상반기도 정유사 실적이 밝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당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매출에 빨간불이 커졌다. 국내 정유 4사 모두 국내보다 수출 비중이 높은데 바이러스 확산으로 수출길이 좁아질 경우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정유사가 집중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이 문제다. 여기에 더해 바이러스 확산으로 여행객 감소에 따라 항공유 소비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우한 사태로 상반기 실적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