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공산권 교류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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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반미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대학가에 공산권 교류 붐이 일고 있다.
대 공산권 교류는 지금까지 일부 학술단체 등에서 소규모로 추진해 왔으나 금년 하반기부터 각 대학이 경쟁적으로 북한의 학자를 초청하고 북한에 연구팀 파견을 신청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소련의 모스크바대, 중국의 북경대 등 공산권 유명 대학들과 자매 결연·학술교류·학생연수를 추진하는 등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소련을 비롯, 동구권의 저명한 대학 교수들이 잇따라 내한, 각 대학에서 강연회·토론회를 갖는가 하면 국내교수·학생들의 공산권 연수·방문도 급증하고 있다.
대학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학계에서는 대학의 연구활동 영역이 크게 확대되는 긍정적 측면이 없지 않지만 대학간의 유행을 따르는 듯한 경쟁양상은 대학의 품위만 손상하고 실질적인 학문교류의 성과는 얻지 못할 우려가 없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매결연=고려대는 금년 초부터 중국의 북경대·인민대와 자매결연을 하기 위한 실무작업에 들어가 8, 9월 북경대·인민대 청화대 교수들이 비밀리에 방한, 경영 대학원생들에게 「한중 경제교류의 전망」등에 대해 강연했으며 금년 중으로 북경대와 정식 자매결연 할 예정이다.
외대의 경우 6월 15일부터 20일간 박필수 총장이 직접 동구권을 방문,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졸업한 폴란드의 야길로니안 대학, 유고슬라비아의 베오그라드 대학과 각각 자매결연 했다.
또 연세대· 중앙대 등도 금년 중으로 소련·중국의 명문대학들과 자매결연을 할 예정이며 각 대학마다 공산권 대학과의 자매결연을 2학기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방한 러시=건국대는 11월3일부터 이틀간 소련 사회과학 정보 연구소장 그레고리프 박사와 중국 사회과학원 역사 연구소장 마홍지 교수가 「슬라브 민족과 한민족」 「중국 민족과 한민족」 등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5일 성대에서는 소련·체코의 한국학 전공 교수들이 교수·학생 2백여명에게 「동구권에서의 한국문학」을 강의했고, 13일 서울대에서는 체코 카를로바 대 푸섹 교수가 「동구권에서의 한국 학 연구동향」을, 숭실대에서는 북경대 박충녹 교수가 「중국에서의 한국문학 연구 실태를 강연했다.
또 경희대에서는 지난 달 10일 폴란드의 전 유엔 사무차장 레반도우스카 교수와 소련·중국 교수 등 공산권학자 10여명이 국내 학자들과 강연·토론을 가졌으며, 연대에도 지난 달 12일 소련 과학아카데미 카피차 소장이 직접 교류협상을 맺는 등 분단 이후 교류가 막혔던 공산권 학자들이 한꺼번에 물밀듯이 내한하고 있다.
◇학생연수=한국학술 진흥재단 (이사장 박일재)이 8월 7일부터 같은 달 19일까지 소련에 32명, 7월4일부터 같은 달 29일까지 헝가리에 1백2O명의 대학생을 연수시켰고 외대·경희대는 방학기간 중 자체적으로 헝가리·중국에 교수·학생 7O여명을 보냈다.
또 외대에서는 금년 2학기부터 1년 계약으로 헝가리의 롤탄스자보 교수가 교환교수로 직접 강의하고 있다.
◇문제점=그 동안 금기시돼 왔다는 반작용으로 공산권 대학에의 무조건 접근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상대방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결연 만으로 형식적 교류를 할 경우 경제적 손실만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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