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현대차 무노동 무임금 원칙 지켰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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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현대차 노사가 파업 한 달 만에 임금 협상을 타결했다. 임금 5.1% 인상 외에 격려금 200만원과 성과급 100% 이상 지급이 주요 합의 내용이다. 파업으로 받지 못한 임금을 보전해 주는 성격의 격려금이 올해도 어김없이 포함됐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또다시 깨진 것이다.

조합원들이 이번 파업으로 1인당 평균 150만원가량 받지 못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격려금만으로도 단숨에 남는 장사가 됐다. 앞으로 밀린 일을 하기 위해 잔업과 휴일근무를 하면 평일 급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특근수당이 기다린다. 파업하면서 쉬고, 선심 쓰듯 파업을 끝내주고, 호주머니도 두둑해진 것이다. 이런 꽃놀이패가 따로 없다. 이러니 20년째 파업이 반복되는 것이다.

회사야 망하든 말든, 협력업체와 지역 상인들이야 울든 말든 '내 몫은 반드시 챙긴다'는 현대차 노조의 이기주의를 탓하기에도 지쳤다. 이런 식의 타협이라면 앞으로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다른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틀림없다.

이 지경이 된 데는 노조뿐 아니라 사측도 책임이 있다. 그동안 사측은 스스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깨고, 갈등을 적당히 봉합하는 데 급급했다. 파업을 빨리 끝내야 하는 절박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노조에 덜미를 잡힌 채 질질 끌려다닐 것인가.

현대차는 현대중공업과 GS칼텍스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현대중공업은 1994년 두 달간의 파업 동안 임금을 한 푼도 주지 않는 초강수로 맞섰다. 그 이후 노사가 한발씩 양보하고, 신뢰를 회복하면서 12년째 분규가 없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2004년 파업을 겪은 GS칼텍스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킨 끝에 안정을 찾았다. 노조에 '파업하면 조합원 주머니도 축난다'는 냉엄한 현실을 알려주자 파업이 사라진 것이다.

현대차도 법과 원칙으로 배수진을 치고, 파업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그게 회사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고, 다른 기업으로 파업의 전염도 막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