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인기 높아질지 모르나 국익에 도움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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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얼굴) 추기경은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관련 발언에 대해 26일 "대통령의 이런 말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우려했다. 김 추기경은 이날 취임 인사차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주교관으로 예방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유기준 당 대변인이 전했다.

유 대변인은 김 추기경이 밝힌 '대통령의 이런 말'이란 노 대통령의 이종석 통일부 장관 옹호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한국 장관이 '미국이 성공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하면 안 되느냐"고 말했다.

다음은 유 대변인이 전한 비공개 대화 내용. (괄호 안 ※표시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 주)

◆ 김 추기경="걱정이 많이 된다. (노대통령) 임기가 얼마 안 남았는데 이종석 장관은 아슬아슬하고, 한.미 관계는 불안하다. 미국을 제쳐놓았으면 오늘의 발전을 기약할 수 없었다. 미국 없이 통일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끼리도 할 수 있겠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 고흥길 중앙상임위 의장="청와대에 가서 좋은 말씀 하셨다고 들었다."(※김 추기경은 24일 독일 발터 카스퍼 추기경이 노 대통령을 예방할 때 정진석 추기경과 함께 노 대통령과 자리를 같이했다.)

◆ 김 추기경="가서 말 한마디 안 했다. 청와대에 간 것은 청와대가 요청해서 갔는데, 카스퍼 추기경이 개신교와 가톨릭 협력 문제 때문이라 해서 간 거다.(※청와대 면담 뒤 사석에서) 이야기 중에 카스퍼 추기경이 '미국이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 없이는 서독이 발전하고 통일하는 게 불가능했다'는 말을 했다.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임기 말에 이런 말을 하는 게 대통령 인기가 높아질지 모르나 그 말이 되돌아와서 국가에 이익을 주는지 이것이 문제다. 미국에 욕을 할 수도 있으나 대통령의 이런 말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 강 대표="더 큰 목소리를 내겠다. 한나라당 생각을 내는 게 미약했다."

◆ 김 추기경="남북관계를 한나라당이 지혜롭게 적극적으로 해 나가는 게 좋겠다. 남북관계에 대해 할 말은 하고 국민이 볼 때 북한 주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미 동맹이 살아 있어야 하고,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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