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자-3명의 여류작가 물망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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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금년도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3명의 여류작가가 강력히 떠오르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수상후보로 현지에서 거론되고있는 작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나딘 고디머, 동독의 크리스타 볼프 및 미국의 조이스 캐럴 오츠.
여류작가들만이 수상후보로 떠오른 이유에 대해 소식통들은 1966년 독일계 스웨덴 여류작가 넬리 자호스가 수상한 이래 23년간이나 여성 수상자를 내지 못했으며 세 여류작가들이 몇년전부터 꾸준히 수상자 물망에 올랐던 점을 들고 있다.
1901년 노벨문학상 제정이후 88년까지 수상자수는 총 86명이며 이중 여성은 6명에 불과하다. 최초의 노벨문학상 여성수상자는 1938년 펄벅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백 인종문제를 통해 인간성·사회윤리를 깊이 있게 천착해온 나딘 고디머는 5년여전부터 꾸준히 수상후보로 거론됐었다. 1923년 유대계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고디머는 35년여의 작가생활을 통해 정치성이 강한 주제를 섬세한 심리묘사 등을 통해 문학성 짙게 형상화시킨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고디머가 노벨상 수상물망에 오르면서 국내에서도 85년부터 『방문객』 『죽은 사람의 도시, 산사람의 도시』 등이 소개되고 있다.
1929년 출생한 크리스타 볼프는 1961년 『모스크바이야기』를 발표한 이래 『나누어진 하늘』 『크리스타T에 대한 추념』 등을 잇따라 발표하며 현대 동독 대표작가로 부상했다. 볼프는 한때 동독 통합사회당 중앙위원으로 재직하며 동독사회건설에 적극 동참하였으나 당과 문학의 경직성 및 도식성에 반대하고 개인의 자아실현을 강조했다.
볼프는 여기서 더 나아가 최근의 작품 『카산드라』 『원뇌사고』 등에서는 반전·반핵주의를 부르짖고있어 동독문학을 사회주의 리열리즘에서 새로운 감수성의 휴머니즘 문학으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고있다. 국내에도 지난해부터 『카산드라』 『나누어진 하늘』이 번역, 소개되고 있다.
국내에는 비교적 생소한 조이스 캐럴 오츠는 1938년 뉴욕에서 태어나 63년부터 시·소설·희곡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오츠의 문학은 30∼70년대 미국의 도시적 삶이 만들어낸 비인간적 공간에서의 자아분열을 사실적으로 추적해 들어가며 궁극적으로는 사랑 등 인간의 긍정적인 면을 추구하고 있다. 때문에 오츠는 그녀의 바로 윗세대인 스타인벡, 포크너, 드라이저 등 사실적인 묘사를 하면서도 낭만적 요소를 곁들인 미국 자연주의 문학전통에 닿아 있으며 그것을 다양하게 실험, 미국문학전통을 풍부히 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대표작으로는 192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후반까지 미국 도시인의 삶의 다양한 모습을 힘있는 문체로 다룬 3부작 『세속적 즐거움이 넘치는 정원』 『고귀한 사람』 『그들에게』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세 여류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각기 자신들이 처한 사회에 관심을 돌리고있으며 미국·동독·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서 제1,2,3세계를 대표하고 있어 흥미롭다.
또 작품성보다는 지역적 안배나 정치·사회적 이슈에 적잖게 영향 받는 노벨문학상이 88년 이집트의 마흐푸즈에 이어 2년 연속 제3세계에 돌아 갈지, 아니면 최근 서독으로의 대 탈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동독에 돌아갈지도 흥미롭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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