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회사에 손실 끼친 노조 24억 물어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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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동조합이 2003년 철도청 민영화를 반대하며 벌인 파업으로 발생한 회사 측의 손실금 24억여원에 대해 노조가 물어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2부는 한국철도공사가 "2003년 6월 '철도청 민영화 반대 파업'으로 피해를 봤다"며 철도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24억4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철도노조의 파업은 근로조건 등이 아닌 철도 민영화 등 정부의 정책사항에 관한 것이어서 정당성이 없다"며 "파업 시 필수 공익사업장이 지켜야 하는 조정과 파업 찬반투표 등 절차도 무시된 불법 파업이었다"고 했다.

철도노조와 철도청은 2003년 4월 철도청 민영화를 철회하고 철도개혁법안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후 철도청이 철도공사법을 추진하자 노조는 "철도청이 약속을 어겼다"며 반발, 노조원 9000여 명을 참여시켜 그해 6월 28일부터 5일간 작업을 거부하며 파업했다. 철도청은 영업 차질 등 75억여원의 순손실을 봤다. 이에 철도청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35억여원어치 노조 소유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 결정과 함께 노조에 10억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2심에서는 노조의 불법 파업 책임을 더 크게 인정해 24억4000만원으로 배상금액을 올렸다.

철도청은 2005년 1월 철도공사로 바뀌었고, 철도노조는 철도청 시절의 노조를 그대로 승계했다. 이에 따라 철도공사는 노조로부터 직접 받든지, 가압류한 부동산을 매각하는 방법 등으로 배상받을 수 있다.

문병주.박성우 기자

[뉴스 분석] "불법파업 손해 민사책임져야"
포스코 점거 소송에 영향 줄 듯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3조)은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로 인해 입은 손해에 대해 노조와 근로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당한 쟁의 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만 노조의 민사책임이 면제된다"(1994, 98년 판례)는 입장이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정당한 쟁의 행위는 ▶쟁의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수 있고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 간의 자치적 교섭이며 ▶사용자가 근로조건 요구에 대한 교섭을 거부했을 때 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쟁의의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뤄야 하고 폭력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94년 판례)은 노조에 대한 집단적 책임 외에 노조 간부 개개인의 책임도 인정하고 있다.

법원은 불법 파업에 대해 노조의 책임을 인정하는 추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는 지난해 11월 서울시지하철공사가 "2004년 7월 불법 파업을 벌여 손실을 봤다"며 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6억58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포항지역 건설노조에 의해 8일간 본사를 점거당한 포스코의 손해배상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는 건물훼손, 영업차질 등 구체적인 피해를 파악해 다음주께 소송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소송액은 노조의 변제능력을 감안한 현실적인 수준이 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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