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VIP 성형' 호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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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 서울 청담동에 사는 주부 金모(52)씨는 지난달 집 근처의 A클리닉에서 '아주 특별한' 시술을 받았다. 20㏄ 가량의 피를 뽑아 면역세포를 증식시킨 뒤 다시 몸속으로 주입하는 '세포면역요법'. 金씨가 거금 1천만원을 들여 이 시술을 받은 것은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의료진의 권유에 따른 것이다.

남편이 경영하는 중소기업체가 탄탄해 재산은 남부러울 것이 없지만 "나이보다 더 들어보인다"는 말을 듣는 게 유일한 콤플렉스였던 터라 시술비는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는 게 金씨의 체험담이다.

#2. 외국계 금융회사에 다니는 미혼의 朴모(27.여)씨는 매달 80만원씩 계를 붓고 있다.

서구형 얼굴선을 만들어준다는 'VIP 성형수술'을 받기 위한 것. 평소 튀어 나와 보이는 입 때문에 고민해 오던 朴씨는 잇몸과 이를 통째로 뒤로 밀어넣어 턱선을 갸름하게 해주는 치과 시술이 최근 성행 중이란 말을 듣고 친구 4명을 모아 계를 조직했다. 예상 수술비는 1천만원대.

불황인데도 초(超) 고가 의료 시술이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성업 중이다.

대부분의 병.의원이 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병원은 부유층을 타깃으로 하는 특수 시술이나 건강 관리 프로그램에 눈을 돌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의 B클리닉은 7층 건물 전체를 사용하면서 스파.피트니스 센터.와인바까지 갖춰 놓고 있다. 수입가구를 들여놓고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환자대기실은 호텔 로비 같은 분위기다.

이곳 관계자는 "이틀에 걸쳐 생체 나이(피부조직과 운동능력 등으로 추정하는 신체 노화 수치)까지 측정해주는 종합건강검진은 3백만원이고, 월 15회 체형관리.운동처방.피부관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VIP 패키지'는 8백3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근의 타워팰리스 주민이 주요 고객"이라고 덧붙였다.

한번에 3백만원씩 내고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는 시술도 노화방지 시술의 일환으로 중년들에게 인기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치과에서 '입을 뒤로 밀어넣는' VIP 성형수술이 화제다.

전문용어로 '양악전돌증 수술'로 불리는 치과수술은 송곳니 뒤의 어금니를 뺀 뒤 잇몸뼈를 절개해 앞쪽의 잇몸과 이를 통째로 뒤로 밀어넣는다. 잇몸이 튀어나와 생활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수술이지만 최근 미용을 위한 것으로 바뀌었다. 코가 오똑해 보이고 단아한 입선과 갸름해진 턱선으로 서구적 얼굴형을 만들어준다는 이유에서다.

의사들은 완전하게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고가 시술이 유행하는 풍조를 경고하고 있다. 가정의학의 이승남(47) 박사는 "가장 좋은 노화방지법은 술.담배를 끊고 야채를 많이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건강한 생활습관"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의대 내분비내과 오연상 교수도 "노화방지 시술에서 널리 사용되는 성장호르몬은 혈당수치를 높이는 부작용이 있다"며 "중년기엔 막연히 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과의 김기정 박사는 "양악전돌증 수술은 치아의 맞물림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거쳐야 하며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 시술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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