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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 세수 대책도 없는데…” 대전 화상경마장 폐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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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20일 대전시의회에서 마권장외발매소 폐쇄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대전시의회]

지난 20일 대전시의회에서 마권장외발매소 폐쇄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대전시의회]

연간 200억원 이상의 세금을 내며 일자리 200개를 창출한다. 이런 기능을 하는 기관 이전(폐쇄) 추진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 서구 월평동에 있는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얘기다. 대전 화상경마장 이전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업이다.

문 대통령 공약사업인 경마장 이전 #시의원 “경기 침체 등 대책 세워야” #교육환경개선 위해 써야 할 예산 #시 산하기관 사업비 사용도 논란

26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화상경마장은 1999년 7월 들어섰다. 금·토·일요일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장과 제주 경마장에서 열리는 경마를 생중계한다. 화상경마장은 경마를 도박의 이미지에서 건전한 레저로 바꾸자는 차원에서 설립됐다. 이곳에는 하루 평균 2400여명이 다녀간다. 화상경마장에서는 연간 약 200억원의 지방세(레저세·교육세·농특세)를 대전시에 낸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납부한 지방세는 3516억원이다. 대전시 살림살이에 이 정도로 보탬을 주는 기업이나 기관은 없다고 한다. 게다가 건물관리, 보안 등을 위해 200명을 고용하고 있다. 800여명이 이용하는 문화센터도 운영한다.

하지만 이곳은 몇 년 전부터 존폐 논란에 휩싸였다. 사행심 유발, 교육환경 저해, 주차문제 등이 문제로 꼽혔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과 서구청장 후보들은 화상경마장 이전을 공약했다. 지역 국회의원도 폐쇄를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용산 시설은 폐쇄하고 대전 화상경마장을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도박시설로 규정하고,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진입을 금지하겠다는 이유였다. 한국마사회는 2017년 12월 용산 시설을 폐쇄했고, 대전은 2021년 3월까지 문 닫기로 했다.

문제는 대안이다. 대전시는 대통령 공약 이후 2년 6개월이 지났지만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대전시의회 김소연 의원은 “대전시는 마권장외발매소 폐쇄에 따른 주변 경기침체와 해마다 줄어드는 세수문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10월과 지난 20일 대전시의회에서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주민 이춘구씨는 “200억원이면 연봉 3000만 원짜리 650명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돈”이라며 “주민과 대전시, 시의회, 교육청, 지역 정치권이 힘을 모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전시 유세종 일자리 경제과학국장은 “(폐쇄 이후)어떻게 하겠다고 말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화상경마장 주변 지역 공동체 활성화 사업비의 부적절 사용 논란도 일고 있다. 대전시는 교통·환경 문제 등으로 피해를 보는 화상경마장 인근 주민을 위해 2016년부터 해마다 2억여원을 지원했다. 교육환경개선, 주민 소득증대 사업 용도였다. 하지만 이 돈은 대부분 대전시 산하기관인 사회적자본지원센터의 노트북 임차료, 퇴직금, 강사료 등으로 쓰였다고 김소연 의원은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대전시의회는 지난 19일 ‘대전마권장외발매소 폐쇄 결정에 따른 월평동 주변 지역 도시재생 이행계획 수립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채계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결의안에서 “한국마사회는 폐쇄이행계획 로드맵 발표는커녕 은근슬쩍 마권발매소를 존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마사회측은 “공기업이 대통령 공약사업을 반대하는 게 말이 되냐. 정부의 방침대로 대전 화상경마장을 폐쇄할 예정”이라며 “대책은 대전시가 마련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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