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양곡 정책 (2)|쌀 과잉생산 거론 아직 일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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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쌀 생산부족이 생산과잉으로 바뀌면서 정부가 큰 고민에 빠졌다.
올해 추곡수매가 결정문제도 눈앞에 닥쳐 왔다.
원론대로 말한다면 쌀이 남아도는데 대한 해결책은 생산을 줄이는 방법이다. 지난해 고추파동에서 보듯 풍작은 농민들에게 손해를 가져왔다. 적정생산을 통해 농가소득을 지켜주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그러나 쌀도 이처럼 풍작이라고 해서 선뜻 감산을 추진하겠다고 나서기가 어렵다는데 정부의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과연 현재의 쌀 생산 체계가 감산을 거론할 시점에 왔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은 있다.
농림수산부는 이에 대해『지금의 쌀 생산은 천재지변이 없는 한 자급에 도달한 수준』이라며『한두 해의 풍년을 갖고 생산과잉을 거론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최근의 쌀 자급률을 보면 지난 86년96·9%, 87년 99·8%, 88년 97·9%, 그리고 올해 1백8·3%(추정)로 나타나고 있다. 사상최대의 풍작이었던 작년만 자급률이 껑충 뛰었을 뿐 당해 연도의 수급만 보면 균형 점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중앙대 김성훈 교수도『현재 쌀 재고가 1천만 섬이 넘는 것은 80년 대 흉작 이후 외국쌀의 과다도입(도입 량 2천2백만 섬)이 이월된 데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80∼88년간만 봐도 쌀 생산은 소비를 밑돌고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재고가 과다하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해결해야지 현재 재고가 많다고 성급한 감산을 들고나올 단계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런 사정에서인지 정부의 정책도 초점이 우선은 쌀 소비추진에 맞춰져 있다.
아직 구체화는 안됐지만 정부는 최근 쌀 소비 촉진 책을 적극화, 막혔던 양조용 쌀 공급을 허용하며 학교 쌀 급식확대, 쌀 가공식품의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나서고있다.
되돌아보면 70년 대 이후 증산정책과 함께 정부가 철저한 쌀 소비 규제를 해온 결과 식량용 외에 쌀 소비는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의경우도 전체 쌀 소비 3천8백81만5천 섬(추정)가운데 식량용 3천5백61만1천 섬과, 나머지 보관·유통과정의 손실을 감안하면 가공용 쌀 소비는 40만∼50만 섬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77∼78년 쌀 막걸리를 허용한 결과 연간 막걸리용으로 나간 쌀은 1백40만 섬에 달했다. 막걸리 수요가 크게 줄긴 했어도 이를 허용할 경우 연간 50만 섬의 소비가 추가로 늘어 날 것으로 정부는 보고있다.
이와 함께 학교 쌀 급식이 다음세대의 식생활패턴 결정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이를 크게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그간의 쌀 소비량추이를 보면 국민1인당 쌀 소비는 지난 79년(1백35·6㎏)이후 완연한 감소추세로 돌아서 10년 사이(88년 1백22·2㎏)에 10%가 줄어들었다. 생산은 늘지 않아도 쌀 과잉상대가 오리라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정영일 교수는 이에 대해『쌀도 장기적으로 수요·공급의 시장원리가 적용돼야한다』고 전제하고『이제부터는 쌀 농사가 농사의 전부라는 사고에서 벗어나 쌀 정책을 종합적인 식품수급관점에서 검토할 시점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결국 앞으로의 양곡정책은 소비 촉진 책 외에 생산체계의 재정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하는 양면대응의 단계에 왔다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66년 쌀 생산이 과잉체계로 들어선지 훨씬 이후 재고가 5천 만섬에 이른 7l년에야 생산재조정 등 양곡정책의 전환을 서둘러왔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로서는 이에 비하면 시간을 갖고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 만큼 정부도 무리 없는 양곡정책의 전환을 모색해야할 시점에 서있다.<장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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