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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청소년쉼터 내년 운영에 비상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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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1호 면

내년도 경기도 지역 청소년쉼터 예산이 올해 대비 대폭 삭감될 것으로 예상돼 가정 밖 청소년들을 돌보는 ‘청소년쉼터’ 운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청소년쉼터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가정을 벗어난 청소년들에게 일시적으로 머물 공간을 제공하면서 고민 상담을 비롯해 주거ㆍ학업ㆍ자립 등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올해 경기도 내 청소년쉼터의 예산은 총 105억 2900만원이었다. 하지만 2020년 가내사 예산이 88억 4400만원으로 이대로라면 전년 대비 약 16%(16억 8000여만 원)가 감액될 예정이다. 15일 쉼터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현재 경기도 내 총 32개 쉼터 한 군데당 평균 5200여만 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쉼터 한 곳당 평균 5200만원 삭감

 현재 청소년쉼터는 국고보조금과 지방비 매칭 비율로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여성가족부를 통해서 지원되는 국비는 전년 대비 약 2.8%(인건비 인상률)로 인상됐지만, 지방비(도, 시비)에서 삭감된 상태다. 그동안 청소년 쉼터에 대한 예산 지원을 꾸준히 해 왔던 경기도가 지방재정법 등 관련법에 지원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존 보조금을 삭감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매칭 비율 사업의 특성상 도의 보조금 삭감은 시·군비의 동반 삭감으로 이어졌다. 경기도 청소년쉼터협의회에 따르면 그동안 협의회는 예산 지원과 관련해 경기도 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와도 협의를 이어갔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고 한다. 협의회 관계자는 “(예산 감액이 현실화되면) 쉼터 사업은 도비를 제외한 국비와 지방비(시·군비)만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각 쉼터가 시ㆍ군을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산 지원 근거 부족' 주장은 어불성설

협의회 측은 예산 지원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에는 지난해 8월부터 ‘경기도 가출청소년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조례 제3조(도지사의 책무)에는 “도지사는 청소년쉼터의 설치ㆍ운영 등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6조(지원사업)에는 지원사업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도 명시돼 있다.
또 올해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지난 7월부터 지역의 다양한 청소년 문제를 좀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기존의 Cys-Net을 ‘청소년 안전망’으로 변경한 바 있다. 5월에 개최된 제6차 사회관계 장관회의와 8월에 열린 제10차 청소년 정책위원회에서도 청소년쉼터 및 가정 밖 청소년의 보호 관련 정책을 중요 정책 의제로 논의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경기도의 예산 지원에 대한 입장 변화는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한 일련의 정책적 지원 흐름과는 상반된다는 것이다.
현재 경기도 청소년쉼터는 전국 약 130여개 쉼터 중에 25%(32개)를 차지하고 있다. 쉼터 한 군데에는 보통 10명 안팎에서 최대 25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쉼터는 1주일가량 머물 수 있는 일시 쉼터, 3개월간 머물 수 있는 단기 쉼터 그리고 1년가량 머물 수 있는 중장기 쉼터로 구분된다. 쉼터 이용 청소년들의 30%는 가정이나 학업에 복귀하거나 자립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 청소년쉼터 전국의 25% 차지

경기도 내 쉼터는 340여 명의 청소년이 동시에 보호 및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연간으로 따지면 12만 5100여명이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다.
경기도 내 한 쉼터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이 감액될 경우 전체 예산은 전년 대비 약 25%가 감소하고 항목별로는 인건비 21%, 운영비는 53%, 사업비는 약 40% 정도가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가장 큰 문제는 인건비 감소로 인한 2명 정도의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며, 특히 사업비 중 쉼터의 가장 기본이 되는 급량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업 운영 전반이 어려운 상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맞춤형 프로그램 부족 일부 지적도

전국적으로 가정 밖으로 나오는 청소년들은 한 해 평균 27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쉼터를 찾는 청소년의 유형은 다양하다. 올해 청소년쉼터 협의회가 90여곳의 쉼터 소장과 종사자를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장기 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의 대다수는 ‘가정폭력을 견디기 어렵다(40.1%)’,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20.9%)’ 등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온 경우가 다수를 차지했다. 이들은 길거리에서 각종 위험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생계형 범죄에 가담할 가능성도 있다. 가출 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거나 관리가 느슨하다는 일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쉼터는 부족하나마 길거리 청소년을 보듬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 유의미한 역할을 해 왔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 내 한 쉼터 소장은 “예산이 충분치 않다 보니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의식주만 지원하는 쉼터가 많았다”며 “예산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더 줄인다고 하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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