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무조건 발언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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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두환 전대통령은 추석직전인 지난 9일 백담사를 방문한 정구영 청와대민정수석비서관에게 어떤 조건, 어떤 절차, 어떤 방법에 구애받지 않고 국민 앞에 나서서 증언하겠다는 입장을 전하고 증언장소와 전달방법은 아무래도 좋으니 가급적 빨리 증언할 수 있도록 노태우 대통령과 민정당이 기회를 만들어 달라고 조기증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기사 3면>
전씨는 질문의 횟수나 대상, 생중계· 녹화 등 절차나, 국회든 어디서든 증언장소에 일체 상관하지 않겠다며 모든 것을 훌훌 터는 입장에서 아는 대로 진실을 증언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전씨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부당하게 비난받고 있는 문제와 왜곡된 역사의 진실을 밝혀놓고 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사태해결을 바라며 1년 반 동안 참고 기다렸지만 노 정권이나 민정당이 해결해 주리라는 기대를 걸 수 없으며 오히려 문제를 끌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씨 측이 청와대나 민정당 측의 해결이 늦어질 경우 사전협의 없이 독자해명 등의 방식을 취할는지는 불분명하다.
청와대측은 정 수석비서관의 방문사실을 시인하고『그러나 전 전대통령과 증언문제 등 현안에 대한 협의는 없었으며 추석을 앞둔 의례적 방문』 이라고 주장했다.
정 수석은 최규하 전대통령도 방문했다.
그러나 청와대측과 민정당 측은 전씨 측의 불만과 요구를 전달받고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 전씨 증언 없이 연내 일방종결을 선언한다는 방침을 바꿔 5공 청산문제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한동 총무는『현재로서는 5공 청산에 관한 아무런 방안도 확정된 것이 없다』 고 말하고 『오는 10월12일 여야중진회담이 시작될 때까지 정부 및 백담사 측 등과 협의, 당의 방침을 정하게 될 것』 이라고만 말했다.
민정당 측은 전씨 측이 절차와 장소· 방법에 구애받지 않고 증언하겠다고 한 방침에 따라 전씨 증언에 대한 야당 측과의 협의를 벌일 방침이며 이와 동시에 정호용 의원 등 야당 측이 공직사퇴를 요구하고 있는5공 핵심인물들에 대한 처리문제도 재검토 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소식통은 정호용 의원 문제와 관련해『정 의원이 광주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자가 아닌 이상 그 문제로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는 것이 확고한 방침』이라고 주장하고, 그러나『정 의원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권고 등도 있을 수 없으며 다만 본인의 결정을 기다린다』 고 말해 정 의원이 자진 사퇴할 경우 이를 받아들인다는 의향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지난번 경북도내 지구당개편 대회에서 광주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형식이든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분명히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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