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그늘 못 밝힌 서울시 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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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시에 대한 행정위의 감사가 25일 끝났다.
5공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된 서울시는 지난해 국감 때 처음으로 해부돼 온갖 권력형 부정과 비리가 개입된 것으로 밝혀져 「복마전」 이란 비난이 쏟아지는 등 큰 충격을 던졌었다.
이러한 기억으로 올해도 가장 주목을 받은 상위 중 하나가 행정위다.
그러나 1주일간에 걸친 서울시감사에서 의원들은 지난해의 관행대로 한 건 폭로주의에만 집착, 이미 국감에 대비해 외형적으로 잘 다듬어놓은 시정의 그늘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했다.
심지어 무성의한 답변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만한 정보도, 문제파악도 없었고 타당의원끼리는 물론 같은 당 소속의원끼리도 폭로경쟁을 벌이다 주저앉고 말았다.
박용만 위원장은 25일 서울시감사를 끝내며 『복마전의 이미지를 완전히 씻는데는 아직 미흡하다』 는 결론을 내렸듯이 아직 명료하지 않은 구석이 남아 있으나 대체로 시정이 개선되어가고 있다는 데는 여야 의원의 의견이 일치했다.
◇수의계약=지난해 감사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각종 공사발주 및 시유지매각이 수의계약으로 이루어진 것.
올해도 가장 먼저 야당의원들의 집중추궁을 당한 것은 이 부분이었다.
서울시가 지난해 국감이후 1억원 이상 짜리 공사 중 1백12억 원을 수의계약으로 발주, 5공 비리를 재연하고 있다 (김우석·민주) 는 주장이었다.
특히 수의계약을 많이 한 한보주택에는 관악구청장과 목동사업소장으로 재직하다 퇴직한 박형원씨와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관리공사사장으로 있다가 노량진수산시장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강병수씨 등 전직 서울시 고위관리들이 재직하고있어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고건 시장은 이에 대해 『지난 1월부터는 과거 수의계약의 대부분인 「시장방침」 사항을 없애고 외부인이 포함된 계약 심사위에서 엄격히 규제, 수의계약건수가 88년의 37% (2백51건 중 93건)에서 금년엔 12·8% (1백56건 중 20건)로 낮아졌다』 고 밝혔다.
또 「계속공사」 에 의한 수의계약을 없애기 위해 총괄계약방식을 충실히 지킨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강씨는 문제의 계약이후에 한보주택으로 갔다』는 시장의 답변은 『따라서 계약과 관계없다』 는 시장의 주장보다 『공무원과 건설업체와의 긴밀한 관계』를 따지는 야당의원의 주장에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비쳐졌다.
◇정치자금=야당 측이 관심 있게 추궁한 정치자금문제도 각종 시정과 관련해 제기됐다.
이동근 의원 (평민) 은 80년12월 서울시가 예산을 전용해 남산 구 공화당사를 민정당으로 등기이전이 되기 전부터 민정당 창당 준비위 측으로부터 매입을 논의, 일사천리로 15억 원에 도서관으로 사들임으로써 창당자금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고 시장도 『서울시에 도서관은 아직 더 필요하다』 고 하면서도 『당시 사정은 알 수 없다』 고 말해 의혹의 소지를 없애진 못했다.
박실 의원 (평민) 도 서울시내연탄공장들이 공장의 시 외곽이전 반대로비를 위해 민정당에 법정한도액 이상의 정치자금을 줬다고 폭로했다.
◇철거용역=서울시의 구청들이 경비용역회사에 불법적으로 철거작업을 맡기는 계약을 하고 무기 및 탄약지급관련 조항까지 계약서에 삽입한 것이 논란이 됐다.
이동근 의원은 『노점상에 대한 살인적 철거행위』를 반증한다고 주장했고, 민정당은 「별도규정」 이 없어 원인무효라며 사과를 요구해 문서 검증 반까지 구성했다.
그러나 야당의원들조차 이 의원을 지원치 않아 초점을 흐린 채 이 의원이 신상발언을 하는 것으로 일단락.
◇예산 전용=서청원 의원(민주)은 예비비 55억 원이 청와대 주변토지매입 보상비, 자유 총 연맹 행사지원비 등에 변칙 지출됐다고 주장했다.
긴급사태를 대비한 예비비가 △사회안전기반조성 대책지원비 6억 원 △시민신고 적응태세 활성화준비 5억 원 △춘계 치안 대책비 5억5천만 원 △청와대 주변토지보상 13억 원 △민생치안 행정지원 10억6천만 원 △자유 총 연맹행사 3억1천만 원 △한강시민공원 질서유지 11억9천 만원 등이며 이밖에 관련단체들에 대한 지원도 많아 의혹을 샀다.
◇대기업에 대한 특혜=김우석 의원은 현대그룹의 서울중앙병원이 도시계획상 도로로 돼있는 시유지를 점유해 건축됐음에도 도시계획을 변경해 합리화해 줬으며 한국 무역협회의 종합무역센터가 수 차례 불법 건축을 해도 사후 승인 해 줬다고 추궁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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