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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표 손에 쥔다? MBC 후배 박영선에 달린 정동영 창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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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우러 5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민주평화당-소상공인연합회 공동기자회견에서 정동영 대표(왼쪽)와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이 공동연대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우러 5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민주평화당-소상공인연합회 공동기자회견에서 정동영 대표(왼쪽)와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이 공동연대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원 4명으로 쪼그라든 민주평화당의 정동영 대표가 정치적 활로를 다시 마련할 수 있을까. 그 답 중 일부분은 MBC 기자 후배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쥐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회관에서 ‘소상공인당 중앙당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고 창당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창당을 위한 첫발을 뗀 것이다. 창당준비위 위원장으로 선출된 강계명 위원장은 “적어도 원내정당, 바람은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제3정당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원내정당은 평화당이다. 양측은 이미 “정책적, 정치적 연대를 하겠다”고 밝혔다. 발기인 대회에 참석한 조배숙 평화당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훌륭한 분들이 지역에 출마하든, 비례로 출마하든 당당하게 국회에 입성해서 스스로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을 만드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다음 달 정식 창당을 할 계획이다. 정동영 대표는 연합회가 ‘소상공인당’이란 이름으로 창당할 경우 평화당과 당 대 당 통합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불만이 많은 소상공인을 끌어안으면서 내년 총선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구상이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소상공인 수만 700만명이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지난 9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소상공인연합회 공동연대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주현 민주평화당 최고위원, 조배숙 원내대표, 정동영 대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권순종 부회장. [뉴스1]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지난 9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소상공인연합회 공동연대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주현 민주평화당 최고위원, 조배숙 원내대표, 정동영 대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권순종 부회장. [뉴스1]

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현재 소상공인연합회는 정관에 따라 정치참여가 금지돼 있다. 정관을 변경·삭제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론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 연합회 측은 연합회와 별개로 정당을 만드는 것이라며 정관 문제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연합회가 창당하는 것이어서 불법 정치 활동 논란이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연합회는 이런 점을 고려해 중기부에 관련 정관 삭제를 승인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민법에 따르면 연합회의 정관 변경·삭제는 중기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관 삭제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이가 박영선 장관이다. 박 장관의 결정에 따라 소상공인연합회의 정치적 운명은 물론이고, ‘소상공인당’과 통합까지 고려하는 정 대표의 정치적 행보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박 장관이 정관 삭제를 거부하면 정 대표의 당 대 당 통합 구상도 어그러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둘의 인연이 주목받고 있다. 박 장관이 정치권에 입문한 계기가 정 대표의 요청이었다. 박 장관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첫 여성 메인 앵커로 일하고 있던 때, 정동영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당을 만들려는데 깨끗한 이미지의 대변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처음에는 바로 거절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던 시절 얘기다. 박 의원은 정 대표가 열린우리당의 의장이 돼 축하하는 자리에 참석한 일화를 소개하며 “대변인 부탁을 또 하더라. 남편이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시니 한 번 가서 도와드려라’라고 했다”고 말했다.

 2004년 1월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박영선 전앵커가 기자회견 도중 정동영 의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활짝웃고 있다. [중앙포토]

2004년 1월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박영선 전앵커가 기자회견 도중 정동영 의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활짝웃고 있다. [중앙포토]

이후 박 장관은 당 대변인을 맡으며 ‘친정동영’ 인사로 분류됐다. 정 대표가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이던 2007년엔 박 장관이 비서실장을 맡으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정 대표를 도왔다. 정 후보 진영의 최고 실세가 박 장관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2009년 정 대표가 탈당할 때부터 때때로 당적이 엇갈리곤 했다. 박 장관은 민주당에 남았다.

정 대표와 박 장관의 인연이 깊은 만큼 박 장관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아직 박 장관은 명확한 답을 내놓고 있진 않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 8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상공인연합회가 정치 활동을 하는 데 법적 문제가 없는지 검토 중”이라고만 답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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