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설득 실패 땐 대선에도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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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놓고 열린우리당 내 기류가 심상치 않다.

열린우리당은 FTA 체결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며 국익에 부합되도록 당이 돕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 내부에선 협상 과정에 대한 우려나 반발이 사그라질지 않는다.

지난주 열린우리당은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FTA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원들이 FTA를 정확히 이해해 대국민 홍보에 주력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10일 'FTA 졸속 추진 반대' 성명에 참여했던 김태홍 의원은 "협상 과정은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쪽으로만 가고 있다"며 "협상 과정을 공개치 않는 것은 독재정권에서나 있었던 일"이라고 정부를 공격했다. 당시 성명엔 여당 의원 23명이 참여했다.

유선호 의원도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협상 내용을 3년간 공개치 않기로 정부가 결정한 것은 참여정부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며 "FTA 추진에 앞서 미국 측의 쇠고기 수입과 스크린쿼터 축소 요구를 들어줬다"며 협상 전략을 비판했다.

FTA 찬성론에 서 있는 채수찬 정책위 부의장도 지난주 미국을 방문, 미 하원 의원들에게 "FTA 협상 시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서한을 전달했다. 그는 방미 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나 "'한국 정부는 지켜야될 선이 있다. 이게 보장되지 않으면 FTA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미국 측에 분명히 전하라"고 했다고 한다.

FTA 문제를 바라보는 열린우리당 일부의 시각에는 정부의 국정 장악력과 당청 관계에 대한 고민도 들어 있다. 정부가 FTA에 대한 민심 설득에 실패할 경우 레임덕으로 이어지며 혼란의 여파가 당의 대선 일정에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대위에 참여한 한 중진 의원은 "정부가 민심을 다독여 FTA 동의를 이끌어내는 '관리 능력'을 보여줄지 걱정"이라고 했다.

FTA를 찬성하는 서울의 한 초선 의원도 "당장 올 농한기 때 농민단체.시민단체의 대형 시위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자칫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청와대와 반대 여론 사이에서 당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송영길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내부 우려와 관련, "당내 우려는 정부의 협상력을 높여주는 쪽으로 활용돼야 하며, FTA는 당정 공조 속에 어떻게든 뚫어내야 할 국익의 문제"라고 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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