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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위험하다 말렸는데…1년 만에 사고 당해 억장 무너져”

중앙일보

입력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와 관련 소방청 사고 대책본부가 1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부소방서에 설치됐다. 대책본부에서 언론 브리핑이 열리고 있다. [뉴스1]

독도 소방헬기 추락사고와 관련 소방청 사고 대책본부가 1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부소방서에 설치됐다. 대책본부에서 언론 브리핑이 열리고 있다. [뉴스1]

“소방공무원 위험하다고 외할아버지가 그렇게 말렸는데…. 1년 만에 사고당해 실종됐다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헬기사고 당한 구급대원 박모(29)씨 외삼촌 인터뷰 #“응급구조학 전공한 조카 2년 정도 준비해 합격” #“외동딸인 조카 매형이 엄청 아껴…결혼도 아깝다 해” #

독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헬기 추락 사고 피해자 중 1명인 구급대원 박모(29·여)씨의 외삼촌 A씨(41)는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1일 오후 2시 포항 남부소방서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대기실 앞에서 만난 A씨는 “나도 (행정직) 공무원인데 조카가 소방공무원 시험 준비한다고 했을 때 말렸다”며 “외할아버지도 위험한 직업을 왜 하려 하냐고 엄청 말리셨다”고 말했다.

가천의대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한 박씨는 대학병원에서 응급 구조 관련 실무 경험을 쌓은 뒤 2018년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A씨는 “조카가 2~3년 정도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틈틈이 시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충남 홍성이 고향인 박씨는 합격 후 중앙119구조본부로 배치되자 지난해부터 대구에서 혼자 생활을 해왔다. 박씨의 부모는 외동딸이 걱정돼 3시간이 넘는 거리인데도 수시로 대구를 찾아왔다고 한다. A씨는“매형이 조카를 엄청 아꼈고 공들여 키웠다”며 “결혼도 시키지 않고 품에 두고 싶어 할 정도였다”며 울먹였다.

박씨의 어머니는 중앙119구조본부의 초대를 받고 딸의 근무 환경과 업무 내용 등을 설명 듣고서야 안심을 했다고 한다. A씨는“누나가 딸 걱정을 많이 했는데 구조본부 설명회에 다녀오더니 딸을 자랑스럽게 여기기 시작했다”며 “누나가 구조본부에서 나눠 준 티셔츠를 입고 다니며 뿌듯해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씨가 본 박씨의 마지막 모습은 3개월 전이었다고 한다. 충남 홍성에 있는 외갓집을 찾은 박씨는 자신을 걱정하는 외할아버지 손을 잡으며 ‘걱정하지 마세요. 소방공무원 생각보다 안전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1일 새벽 독도 인근 해상에서 전날 추락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소방헬기와 탑승자를 찾는 구조·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1일 새벽 독도 인근 해상에서 전날 추락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소방헬기와 탑승자를 찾는 구조·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A씨는 중앙119구조본부 대원이 국가적 재난이 아닌 어선사고 현장에 투입된 이유를 소방본부는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누나 말로는 중앙119구조본부는 국가적 재난 대응에 투입된다 했는데 어선 사고에 왜 투입했냐”며 “만약 소방대원에게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곧바로 위기대응 시스템을 작동한다더니 지금까지 소방본부가 한 게 뭐가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재진과 만난 박씨의 부모는 “제발 딸을 찾아주세요”라는 말만 연신 할 뿐이었다. A씨는“사고가 난 지 벌써 15시간이 넘었다”며 “최대한 많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꼭 조카를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포항=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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