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한국수출시장"잠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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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 엔화의 환율인상으로 한국상품의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다. 자동차 수출이 곤경에 빠지고 전자·섬유 등의 해외판매액이 뚝 떨어졌다.
지난 몇 년 동안 엔고(엔화강세)에 힘입어 줄기차게 성장해왔던 주요 수출상품들이 이제는 엔화 환율인상(엔화약세) 에 목덜미를 잡혀 해외시장에서 꼼짝을 못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 나라는 지난 86년 이후 신규상품을 개발해내지 못해 수출 성장의 맥을 끊어놓을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9월20일까지 엔화환율은 15%나 인상(평가절하)된 반면 우리 나라의 원화 환율은 같은 기간에 2·1%나 인하(평가절상) 되어 해외에서 한국상품의 가격 경쟁력은 턱없이 낮아졌다.
엔화의 역습으로 지난 상반기 중 자동차 수출액은 11억9천만달러로 작년 수출증가율 (28%)의 절반 수준을 약간 웃도는 15·5% 증가에 그쳤다. VTR의 경우는 수출 증가율이 더욱 더디다. 작년의 46·2%에 비해 올 상반기에는 9·3%에 멈췄다.
섬유도 작년의 19·4%에서 8·8%로 줄었다. 통상적으로 하반기에 수출이 늘어나긴 하나 올해는 엔화 알레르기로 몸살을 앓아 우리 나라 주요 수출상품의 성장은 실속을 만회하기가 힘들게 되었다.
한국이 엔화 위협을 버티어 나가기에는 기술개발을 너무 게을리했다. 관계당국자는 한국의 성장을 경계하는 일본이 더 이상의 기술이전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상당기간 엔화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며 엔화시세에 따라 수출이 들쭉 날쭉하는 꼴을 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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