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風때 안기부 돈 안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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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안기부 자금이 총선에 유입됐다는 이른바 안풍(安風)의 진실은 무엇인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2일 "국가정보원이 두차례에 걸쳐 자체 조사한 결과 안기부 예산이 빠져나간 흔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2000년 10월 문제가 된 1995, 96년의 안기부 예산에 대해 감찰을 실시한 데 이어 2001년 1월에는 95, 96년 당시 안기부 계좌 1천여개에 대해 계좌추적을 벌인 결과 당시 안기부 예산이 정상 집행됐던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洪의원은 "1일 국정원 국감에서 국정원 예산관이 이같이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이종찬 전 국정원장 등의 법정 증언과 안기부 계좌 추적 문제에 대해 질의하자 고영구 국정원장이 '국정원직원법 개정 등에 적극 협력,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노력하겠다'고 답했다"며 "앞으로 국정원이 계좌추적 등을 반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도 이날 洪의원의 주장을 부인하지 않았다. 때문에 안풍을 부인해온 한나라당의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또 '강삼재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과 김기섭 전 안기부 기조실장이 안기부 예산 8백56억원을 전용한 것이 인정된다'는 지난달 23일 법원의 유죄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커졌다.

만일 돈의 출처가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는 사실이 재판에서 입증된다면 姜의원 등에게 적용 가능한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뿐이나 그것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

그래서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姜의원이 앞으로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향후 항소심 재판이 주목되는 이유다. 그러나 재판과는 별개로 돈의 출처에 대한 논란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면서 돈의 출처가 결국 YS의 대선 잔금이 아니겠느냐는 설이 타당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안기부 자금은 YS의 92년 대선 잔금"이라고 주장했던 洪의원은 "DJ정권이 그 돈이 국민혈세가 아니고 안기부 예산이 아닌 줄 알면서도 우리 당을 음해해 왔다"며 "사건의 본질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해온 것"이라고 했다. DJ정권이 돈의 실체를 알면서도 정략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YS 측은 "터무니없는 말"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결국 시시비비는 법원에서 한나라당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실시될 안기부 계좌추적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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